이 세상에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 또한 예상되는 이슈나 악재를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반드시 어려움을 당한다는 건 임진왜란, 일제 침략, 한국전쟁 등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말해준다. 스포츠세계, 특히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9~11일 고척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3연전은 하루 평균 겨우 1301명(9일 1377, 10일 1158, 11일 1369명)이 지켜봤다. 사흘간 미세먼지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돔구장 특성상 악천후일수록 더 많은 관중이 왔어야 했다.

전반적으로 야구 인기가 시들지 않았는데 왜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적은 팬들이 고척돔을 찾았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히어로즈 팬들의 외면이다.

히어로즈 팬들이 등을 돌린 건 조상우(투수), 박동원(포수)의 1군 복귀 때 엄중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입에 담기도 싫지만, 두 선수는 지난해 원정 경기중 숙소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옆방에서 동료들이 단잠을 자고 있는 상태에서.

지난 1월 28일 법원으로부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에 따라 KBO(한국야구위원회)로 부터도 출전정지 처분 해지 통보를 받아 이들의 1군 복귀는 자연스레 이뤄졌다.

하지만 법적으로 무혐의일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파렴치한 행위여서 팬들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전력 보강이 급하지만, 불미스러운 짓을 저지른 선수를 태연히 받아들이는 구단과 KBO의 도덕 불감증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KBO는 왜 이렇게 성(性)에 관해 관대할까”라는 반응은 참으로 폐부를 찌를듯이 아프다.

이들에게 지난해 연봉 50% 삭감의 조치가 내렸지만 이걸로 두 명에게 쏟아진 비난의 화살을 돌리긴 역부족이다. KBO 조치가 내려진 뒤, 혹은 시즌 오픈을 앞두고 구단과 해당 선수의 진정어린 사과 성명으로 팬심을 달래야 했다.

또 연봉 전액을 연고지역내 초중고 야구팀이나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등 ‘백의종군’의 겸허한 자세를 보였으면 팬들을 어느 정도 다독거릴 수 있었을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면 키움의 올시즌 관중 동원은 최하위에 그칠 수 있다(키움은 지난해 9위. 지난해 꼴찌였던 NC는 새구장 오픈으로 벌써 키움 추월).

2019프로야구가 90경기만에 관중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관중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흥행몰이에 비상이 걸렸다.

‘1천명대 관중’엔 KT도 한몫했다. KT는 2015년 창단후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는 시즌중 감독 교체의 어수선한 분위기의 NC를 2게임차로 제치고 9위로 한단계 올라서긴 했지만 올해 또다시 10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15일 현재 6승 14패로 승률 0.300인데 만약 3할 승률이 시즌 내내 지속된다면 사상 초유의 100패(44승)의 치욕을 안게 된다.

‘10-10-10-9-10?’ KT의 극심한 부진은 창단 초기부터 모기업의 인색한 선수단 투자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해 팀타율은 5위로 중위권이나 팀 방어율, OPS(출루율+장타율), 팀 실점, 팀 실책은 모두 9~10위여서 선수 자원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알 수 있듯이 안타는 평균만큼 쳐내지만 적시타가 부족하고 마운드는 뭇매를 맞기 일쑤여서 역전패를 자주 허용한다.

홈구장에서야 성적이 시원찮아도 수원 판교 분당 용인 안양 등 시장이 워낙 넓어 팬들이 웬만큼 몰려 들지만 원정 관중석은 늘 한산할 지경이다(2018년 경기당 평균 관중 9,286명으로 8위).

KBO 리그 총 관중은 지난 13일 작년보다 2경기 빠른 90경기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는데, 전체적으로는 3%가 감소했다. KBO와 키움 구단이 조상우, 박동원에 대한 조치를 다소 엄중하게 했다면 관중 감소를 부채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KT는 KBO리그의 ‘미운 오리새끼’가 돼버렸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창단한 야구단을 마뜩찮게 여기는 황창규 회장이 올시즌이 끝난 뒤에도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내년시즌도 기약이 없다. 황회장을 설득시킬 KBO 정운찬총재의 ‘솔로몬 지혜’를 기대해본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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