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프로야구가 개막했다. 그러나 각팀마다 부상선수들이 속출해 순위경쟁의 변수가 되고 있다.
LG 이형종 허벅지 부상, 기아 김주찬 김선빈 1군 말소, 롯데 손아섭 4경기 연속 선발 명단 제외.... 각팀에 요란한 ‘부상 경계령’이 내리고 있다. 이런저런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간 주전 선수가 10명이 훌쩍 넘는다. 올해는 부상 선수가 얼마나 적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리게 됐다.

올시즌 부상 선수가 여느 해보다 많은 건 각팀 감독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시즌 오픈을 사상 가장 빠른 3월 23일에 한 탓이 크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준비 기간이 짧았고 시범경기도 줄었고, 게다가 꽃샘추위가 닥친 3월 26일부터 바로 야간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저녁 7시가 넘어가면 바람의 영향까지 받아 체감기온은 영상 7도를 밑돈다. 영상 7도 이하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진단하는 것처럼, 근육과 골절 부상이 당하기 쉬운 기온이다. 그러므로 선수들의 부상은 개인의 준비 소홀이 아니라 기후 탓인 것.

올해 개막이 앞당겨진 것은 도쿄 올림픽 예선 티켓이 걸린 WSBC 프리미어12 서울 예선라운드가 11월 6일부터 고척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을 마친 팀의 주전 선수들은 한국시리즈가 끝나자 마자 바로 국가대표로 선발돼 프리미어12의 격전을 치르게 된다. 페넌트레이스 7개월의 극심한 피로에다 ‘포스트시즌+프리미어12’의 연이은 일정은 주력 선수들을 부상할 우려가 크다.

내년 상황은 더 나쁘다. 도쿄 올림픽(7.24~8.9) 참가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시즌은 3월 21일(토) 개막이 불가피하다. 올해보다 이틀 더 빠른 오픈이라 또다른 부상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각팀 주전들은 격전을 치른 뒤 곧장 도쿄 올림픽에 나가 일본과 ‘금메달 혈전’을 벌이고 귀국하자마자 4강 불꽃 레이스에 들어간다. 포스트시즌은 다소 쌀쌀한 날씨속에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연이어 부상 경계령이 발동된다.

주전선수들이 빠지면 수비 실책이 쏟아지거나 마운드 붕괴 우려가 커 수준 낮은 ‘실업야구급’ 졸전이 예상된다. 졸전이 장기화되면 팬들의 외면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7일 한화전에서 롯데가 3회 한 이닝에 사상 최다인 16실점을 한 것은 ‘만화같은 야구’의 예고편일 수 있다(8일 현재 지난해 69경기와 비교해 관중은 10% 감소).

향후 2년간 주력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큰 상태에서 방지책은 없을까?

일단 11월 6일부터 사흘간 벌어지는 프리미어12에서 한국시리즈에 출전했던 팀의 주전들은 기용을 안하는 게 좋다. 쿠바 호주 캐나다와의 예선에서는 ‘한국시리즈 주전’을 빼고도 상위 2개팀에 주어지는 출전 티켓은 충분히 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주전’들은 11월 10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에 집중투입하면 ‘신체적 무리’를 피할수 있다.

도쿄올림픽은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으므로 리그를 중단해서라도 전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향후 올림픽에서는 절대로 리그 중단의 극약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면 리그 개막 앞당기기, 리그 축소, 리그 중단 등 ‘비상조치’를 결코 취하지 않는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전통과 전례를 본받아야 한다. 프로야구 산업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본체’를 건드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리그 일정을 조정하면 반드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임)’라는 격언이 잘 말해주고 있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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