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프로야구가 일제히 개막한 가운데 24일 두산-한화전이 열린 잠실경기에 많은 관중이 입장해 열기를 일깨웠다.
야구팬인 필자의 지인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프로야구단 사장들은 시즌 오픈되면 할 일이 뭐지?” 일반 팬들 생각으로는 야구(경기)는 감독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운영하므로 사장은 시즌 7개월간 할 일이 없다고 여긴다.

사장의 할 일이 왜 없나? 홈-원정 지속적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단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트레이드, 선수 지원, 홍보-마케팅 활동을 진두 지휘해야 한다.

또 1년 4,5회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에 참석해 야구계 현안을 처리해야 하고, 모기업 협찬을 끌어와 적자 재정을 메워야 한다(키움은 제외). 그렇지만 이들 업무는 단장이나 구단 스태프들이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작동시키므로 사장의 할 일은 크게 줄어든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일반 팬들 생각처럼 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룹내 다른 업무를 수십년 맡다가 야구단으로 옮기면 첫해는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들이 하는 일을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매경기후 경기 내용을 그룹 회장에게 보고하는 게 주임무인 사장도 있다.

아주 극단적인 예이지만, 야구 문외한이었던 모팀 사장은 3년전 홈경기중 자신의 집무실에서 야구경기가 아닌 ‘동물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해 직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1982년 출범후 KBO 총재나 야구단 사장이 야구의 기능과 속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 선임됐다면 지자체와의 야구장 임대료 협상, 야구장 리모델링 혹은 재건축, 중계권료 인상, 외국인 및 FA(자유계약선수)의 합리적인 계약금 및 연봉 조정, 제도의 개선 등 프로야구 산업의 선진화를 일찍 이룰 수 있었다.

역대 총재로 군 장성, 정치인,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돼 야구 발전은 몇걸음 뒤처졌다. 야구단 사장도 마찬가지다. 37년의 역사동안 프로야구단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야구경영의 노하우를 쌓은 뒤 사장에 오른 이는 김승영 전 두산사장 단 혼자뿐이다.

나머지 100명이 넘는 10개 구단(초창기는 6개 구단) 역대 사장들은 모두 유통-광고.홍보-금융-통신 등 그룹에서 수십년 커리어를 쌓은 뒤 마지막 보직으로 임명되기 일쑤였다. 2~3년내 성과를 못내면 그룹사 전보가 아닌, 퇴진을 해야 되고 운좋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하면 임기가 좀더 연장된다.

이화원 KIA 신임사장.

지난달 27일 현대차 그룹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홍보실장 이화원 전무를 기아 타이거즈 대표이사로 승진발령했다. 그룹 차원에서야 순환 인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야구단 차원에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시즌은 이미 시작됐고, 경기는 거의 매일 벌어지므로 신임 사장은 생소한 업무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한시즌을 허송세월하게 된다.

물론 이화원 대표이사뿐 아니라, 야구단 사장 인사는 늘 비전문가가 시즌에 관계없이 이뤄졌으므로 야구계에서는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연간 매출이 600억에 이를 정도로 구단 운영 규모가 커진 만큼 이런 주먹구구식 인사로는, 저출산과 불경기로 앞날이 불투명한 프로야구단의 문제들을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다.

각 그룹의 야구단에 대한 인식의 변화, 특히 구단주인 회장님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야구산업의 성장은 더디거나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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