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스프링캠프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에서 타순 구성 및 중복 포지션 문제 등을 대부분 해결했다며 덧붙인 말이다. 하지만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인해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한 감독의 머리도 다시 복잡해졌다.

한화 이글스 제공
최근 이용규가 한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사실이 15일 늦은 밤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외부로까지 알려졌다.

구체적인 트레이드 요청 이유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봉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용규는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을 경우 방출을 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2군에서 훈련하겠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한화도 고심 끝에 우선 이용규에게 육성군으로 이동할 것을 통보했다. 향후 내부 논의를 통해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극적인 내부 봉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2019시즌 이용규가 한화 좌익수를 책임지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용규의 공백은 한화 입장에서 당연히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수비 위치(좌익수)와 타순(9번)의 변화로 전반적인 팀 내 비중은 떨어졌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용규는 한 감독이 구상하고 있던 베스트 라인업의 한 축이었다.

물론 2017시즌 부상으로 57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최악의 부진을 겪었고, 지난해에도 타율 3할에 미치지 못해 완벽한 부활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데뷔 후 가장 많은 134경기를 소화하면서 반등에 대한 희망을 부풀린 상태였고, 무엇보다 현재 한화 외야진 중에서 이용규보다 기량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선수도 호잉, 정근우 뿐이다.

또한 한화는 스프링캠프 막판 최진행이 좌측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약 6주 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이성열 역시 정근우의 중견수 이동으로 인해 1루수 수비에만 집중해왔다. 이용규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총체적으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당연히 큰 타격이 있다. 지난해 이용규가 타율 2할9푼3리 1홈런 장타율 3할3푼2리에 그친 것은 사실이지만 출루율 3할7푼9리 82득점 30도루 등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 면도 있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 하위 타선 쪽에 끈끈함이 떨어졌던 점을 지적하며 9번 이용규-1번 정근우의 매끄러운 연결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실제 한화는 지난해 9번 타자로 배치된 선수들의 합산 타율이 2할2푼7리(8위)에 불과한 팀이었다.

(왼쪽부터) 장진혁, 이동훈, 유장혁. 한화 이글스 제공
공수에 걸쳐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답을 다시 찾아야만 하는 한화다.

먼저 16일 롯데전에서 이용규 대신 선발 좌익수로 투입된 장진혁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 2차 4라운드 36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장진혁은 지난해 50경기에서 타율 2할1푼4리에 머물렀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타율 1할(20타수 2안타)로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지난 4경기에서 6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조금씩 눈도장을 찍고 있다.

장진혁은 지난 13일 “생각이 너무 많은 편인데 그런 부분들을 줄이고 경기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며 “겨울에 몸을 만들면서 힘을 키웠고, 타나베 노리오 타격 코치님의 주문대로 하체 이동에 신경을 쓰거나 방망이 헤드를 돌리는 부분에서 조금씩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꼭 살아남아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성우 역시 2016, 2017시즌 100경기 이상을 꾸준히 소화했고, 지난해 역시 좌익수로는 팀 내 가장 많은 458이닝을 책임지는 등 후보들 중 가장 검증이 된 선수다. 시범경기에서는 살짝 주춤한 모습이지만 스프링캠프 평가전에서는 팀 내 외야수 중 정근우 다음으로 많은 22타석에 들어섰고, 선구안 및 장타력을 모두 끌어올린 모습을 선보였다.

김민하의 경우 한용덕 감독이 팀에 부족한 우타 외야수로서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로 2군 캠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두산과의 시범경기 첫 2연전에서도 선발 좌익수와 우익수를 차례로 책임지는 등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는 상황.

또한 이동훈은 체중 증량을 통해 힘과 체력을 길러오면서 한 감독을 만족시켰다. 캠프에서 최진행이 부상을 당한 뒤 고치 2군 캠프로 넘어갔지만 실전 감각을 쌓으면서 시즌을 준비해왔다.

2019 2차 2라운드 13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신인 유장혁도 스프링캠프 평가전 타율 2할6푼7리(1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4사구 3개를 기록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용덕 감독도 유장혁에 대해 “외야에 나갔을 때 그림이 나쁘지 않았다. 경험만 쌓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새 좌익수 후보들 가운데 지난해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를 기록한 선수는 오직 양성우(0.35) 한 명 뿐이다. 이용규가 육성군행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이제 외야 한 자리는 물음표를 단 채로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야했던 외야 세대 교체의 시기가 조금 당겨졌을 뿐이다. 주전급 뎁스 강화라는 목표에 맞춰 캠프를 진행해온 한화인 만큼 이용규의 향후 거취와 별개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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