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이용규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이용규가 한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사실이 15일 늦은 밤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외부로까지 알려졌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9번 좌익수로 타순 및 포지션 변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별다른 마찰 징후는 없었다. 트레이드 요청 이유에 대해 선수와 구단 모두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는 상황을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용규가 올 겨울 2+1년 최대 26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4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한 뒤 벌어진 일이고, 동시에 시즌 개막이 한 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악재가 찾아온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이미 또 다른 베테랑 배영수와 권혁이 비시즌 동안 두산으로 팀을 옮겼다. 배영수의 경우 구단이 2018시즌 후 은퇴식을 제안했지만 현역 연장 의지를 표명하면서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줬고, 권혁 역시 지난 2월1일 연봉 협상 중 자유계약 공시 요청을 해 내부 검토 결과 선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두 베테랑 투수의 경우 한화가 2019시즌 핵심 전력으로 감안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용규는 여전히 대체할 자원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파급력 자체가 다른 사안이다.

베테랑들의 이적 또는 방출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 자체도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순 없다.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김태균, 정근우, 이성열 등 베테랑들이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준 부분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또한 “머리가 맑아졌다”라는 언급을 남길 만큼 포지션 중복 문제와 같은 고민들을 상당 부분 해소한 상황이었고, 시범경기에서도 3승1패라는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도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으로 좋은 분위기들이 한순간 얼어붙게 됐다. 전력적인 측면에서도 양성우, 장진혁, 유장혁, 이동훈, 김민하 등 외야 뎁스를 두텁게 하는 대비를 해왔지만 이용규가 전력에서 제외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용규 개인 역시 야구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지난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81로 외야수 전체 24위에 그치는 등 전성기와 비교해 기량이 하락한 상황이다.

구단에서 이적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일이며, 방출 역시 권혁 사례 이후 한화가 또 한 번 선수 요구를 호락호락 들어줄 가능성은 낮다.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전력에서 제외돼 2군에 남는 것도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결코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에 한화 팬들 역시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용규는 한화와의 FA 게약 이전부터 “2018시즌 팀을 가을 야구에 올려놓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고, 그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약속을 지키기까지 많은 시간이 아쉽게 흘렀지만 그 목표를 이뤄내 기분이 좋다”며 지금껏 야구를 해온 날보다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적은 만큼 그라운드에서 더욱 악착같이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시즌 동안 타격 폼에 큰 변화를 가져가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고, 우여곡절 끝에 한화와 계약을 마친 뒤에도 “프로 선수로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팀에 합류한 만큼 우리 팀의 가을 야구를 위해 한 발 더 뛰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캠프 기간 동안 구단에 서운한 부분이 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계약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의 트레이드 요청이 그가 그동안 밝혀온 든든한 각오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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