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399억원.

KBO리그 10개 구단 팀별 상위 연봉 톱5 선수들이 2019시즌에 받는 연봉 총액이다.

이는 신인(55명), 외국인 선수(30명)가 제외된 리그 전체 연봉(754억7800만원)의 52.9%에 해당되는 비율이다. 연봉 상위 10% 선수들에게 절반 이상의 몫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구단별 연봉 톱5를 합산하지 않고 리그 전체 톱50으로 계산할 경우 이 비중은 더욱 올라간다. 당연히 고액 연봉자 입장에서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연봉에 비례하는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2018시즌에도 소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2019년 구단별 선수연봉 상위 5걸을 기준으로 부활이 절실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SK 와이번스 제공
먼저 디펜딩 챔피언 SK는 팀 내 연봉 3위 최정(12억원)이 조금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 간 리그 최고의 3루수로 인정받아온 최정이지만 2018시즌에는 35홈런 장타율 5할4푼7리의 폭발력에 비해 타율(0.244)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SK는 지난해 12월 FA 자격을 취득한 최정에게 6년 106억원의 화끈한 대우를 안겼다. SK 손차훈 단장은 6년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 “최정이니까”라는 짧고 강렬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최정 역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면 나태해지기 쉽기 때문에 FA 기간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팀에서 좋은 대우를 해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최정이 2019시즌에는 무결점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SK는 최정 뿐 아니라 팀 내 연봉 공동 4위에 올라있는 박정권과 김강민(이상 4억원)의 반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포스트시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지만 정규시즌 활약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들이 조금 더 꾸준한 활약을 펼쳐줬을 때 SK가 2019시즌 통합 우승이라는 더 완벽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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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팀 내 연봉 3위 장원준(6억원)이 반드시 과거 기량을 회복해야만 한다. 2017시즌까지 장원준은 리그를 대표하는 꾸준함의 아이콘이었다. 특히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2015~2017시즌까지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장원준은 3승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불펜으로도 자리를 옮기고 2군에도 다녀오는 등 여러 처방이 내려졌지만 끝내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김태형 감독의 속만 타들어갔다.

FA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즌에 최악의 부진을 겪어 더욱 아쉬움이 컸다. 결국 장원준은 FA 재수를 택했고, 지난해 10억원에서 4억원이 삭감된 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삭감률(40%)이 아닌 6억원이라는 금액만 놓고 보면 구단은 충분히 장원준의 자존심을 지켜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장원준이 지난해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었음을 증명해야 할 차례다.

한화는 팀 내 연봉 1위 김태균(10억원)이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김태균은 각 팀 연봉 1위 중 2018시즌 전반적인 활약상이 가장 떨어진 선수였다. 데뷔 후 가장 적은 73경기 소화에 그쳤고, 성적(타율 0.315 10홈런 34타점)도 김태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화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지만 오랜 기간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김태균은 정작 그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2019시즌에는 한화의 중심타자이자 해결사로서 가을 야구를 직접 이끄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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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부활이라는 단어를 써야할 만큼 2018시즌 심각한 부진을 겪은 고액 연봉자는 없었다. 그러나 연봉 2위 이택근(5억원)이 과거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고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구단 내부 평가가 좋았던 선수지만 복귀 후에는 고참으로서 더욱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키움은 박병호(15억원), 서건창(3억5000만원), 최원태(2억7000만원) 등이 지난 시즌 부상으로 저마다 고생한 바 있다. 고액 연봉자의 부상은 팀 입장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부분. 건강한 모습으로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철저한 몸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KIA도 상위 연봉 톱5에 위치한 선수들은 비교적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연봉 5위로 올라선 안치홍(5억원)을 제외하면 양현종(23억원), 최형우(15억원), 이범호(6억5000만원), 나지완(6억원)까지 1~4위 선수들은 2017시즌에 비해 2018시즌 기록이 소폭 하락한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1년 만에 5위까지 내려앉은 만큼 이들이 다시 힘을 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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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제는 연봉 5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윤석민이 2019시즌만큼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승리없이 8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에 머문 윤석민은 12억5000만원에서 무려 10억5000만원이 깎인 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의 고액 연봉자들은 지금껏 언급된 선수들보다 더욱 부담감이 크다.

삼성은 연봉 1~3위(강민호 12억5000만원, 우규민 7억원, 윤성환 4억원) 모두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2018시즌에 앞서 4년 80억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민호는 타율 2할6푼9리 22홈런 71타점을 기록했으나 전반적인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우규민 역시 4승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하며 불펜에서 힘을 보태긴 했지만 FA 당시 4년 65억원에 도장을 찍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5승9패 평균자책점 6.98에 그친 윤성환은 장원준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다가 FA를 맞이하는 시즌에 부진을 겪어 아쉬움을 남긴 선수였다. 1년 총액 10억원에 결국 도장을 찍었지만 인센티브 비중이 6억원에 달하는 만큼 2019시즌 부활이 절실하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롯데는 리그 전체 연봉 1위 이대호(25억원)의 어깨가 무겁다. 물론 이대호는 지난해 타율 3할3푼3리 37홈런 125타점을 기록하는 등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리그 최고 연봉자로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지 못한 책임이 늘 따라다녔다.

롯데는 이대호 뿐 아니라 상위 5명의 합산 연봉이 64억5000만원으로 2위 KIA(55억5000만원)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롯데 상위 5명이 KT 선수단 50명의 전체 연봉(47억6100만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제는 몸값만 높은 팀이 아닌 순위까지 높은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LG는 팀 내 연봉 2위 차우찬(10억원)이 2018시즌 12승10패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지만 평균자책점 6.09로 아쉬움을 남겼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경기도 많았지만 일찌감치 무너지는 경우도 잦았다. 2019시즌에는 기복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며,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만큼 서두르기보다는 건강한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연봉 5위 오지환(4억원)도 2018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문제를 비롯해 누구보다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스프링캠프에서 차우찬, 임찬규와 카지노에 출입해 KBO로부터 엄중경고 조치를 받았고 팬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논란 없이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하는 것도 고액 연봉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 중 하나다.

KT는 팀 내 연봉 4위 윤석민(2억4000만원)의 각성을 기다리고 있다. 2017시즌 윤석민은 타율 3할1푼2리 20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그러나 2018시즌에는 타율 2할7푼6리 19홈런 60타점으로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봉 역시 지난해 3억1000만원에서 7000만원이나 삭감됐다. 올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지만 1985년생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확실한 반등을 이뤄내야 대박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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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최하위로 추락한 NC는 연봉 2위 박석민(7억5000만원)의 활약이 아쉬웠다. 2017시즌 타율 2할4푼5리 14홈런 56타점에 그쳤던 그는 2018시즌에도 타율 2할5푼5리 16홈런 55타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을 뿐이다.

박석민은 지난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대만 2군 캠프에서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양의지(20억원)가 가세하면서 팀 내 연봉 1위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여전히 막중한 책임감이 박석민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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