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전지훈련중 카지노 출입이 드러난 LG 선수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방침이다.
“담배와 술, 바둑과 투전이라면 보통 사람(남자)들 중에 못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조선 영.정조 시대의 문필가 유만주(1755~1788)가 소설같은 문집 ‘흠영’에서 한 말이다.

약 250년 전과 지금은 상전(桑田, 뽕밭)이 벽해(碧海, 짙푸른 바다)로 몇 번이나 바뀔 정도로 세상이 엄청 변했지만, 남성들의 습성은 여전한가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술과 도박, 잡기로 인해 그릇된 행동을 일삼아 재판에 넘겨지거나 패가망신을 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뿌리뽑히지 않은 게 술과 도박이다.

야구판도 마찬가지다. 심심찮게 음주 운전 사고 소식이 들리고 도박 관련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근절이 되질 않고 있다.

2008년 삼성 채태인 등 3명 인터넷 도박으로 검찰 약소 기소, 2015년 임창용 오승환 안지만 윤성환 등 삼성 전.현직 선수들의 해외원정 도박, 2017년 두산과 한화 선수의 도박 연루 등 대형 악재의 기억이 생생한데도 지난 11일 동계훈련 중이던 LG 차우찬 등 4명이 호주 카지노를 출입해 물의를 일으켰다.

왜, 선수들의 도박 사고가 끊이지 않을까? 간단히 말하면 스트레스를 가장 쉽게 풀 수 있는게 도박인 탓이다.

또 도박을 좋아하는 선배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도박에 물들게 된다. 타구단에 비해 비교적 연봉과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던 삼성 선수들은 초창기부터 일본 전지훈련시 파친코에 빠져 들었고 후배들은 무심코 도박을 접하게 됐다. 임창용 등 4인은 물론이고, 채태인 차우찬도 삼성 출신인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면, 구단은 과연 어떤 예방 조치를 취했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구단들이 직무 유기를 범했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주전 경쟁, 혹심한 훈련 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고 프로에 입단한다. 돈을 많이 받는 프로에 들어와서 술과 도박에 빠져들 유혹은 많다. 이런 점을 구단이 간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LG 선수들이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신인 입단 때부터 쉬임없는 계몽 및 교양 교육을 해야 하고, 철저한 감시를 게을리말아야 한다. 구단의 대표적인 직무유기는 2015년 삼성 선수들의 도박 사건이다.

선수들은 비시즌때 해외에 나가게 되면 반드시 구단에 신고를 하게 돼 있다. 행선지가 마카오였다면 필히 원정도박의 의구심을 가졌어야 했고, 여행을 허락하지 말아야 했다.

선수들이 도박에 빠져 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LG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에 충격을 받은 구단들은 뒤늦게 휴식일의 쇼핑, 관광, 독서를 주선하거나 권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수 있다.

시즌중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원정 숙소에서 아무도 모르게 새벽까지 인터넷 도박에 빠져들 수 있다. 몇몇 구단에서는 휴식일의 도박을 금지하며 선수들이 격투기나 축구 등 컴퓨터나 핸드폰을 통한 게임 놀이는 방치하고 있다. 게임은 시력을 해칠 뿐 아니라 인터넷 도박에 쉬 젖어들게 하므로 그 폐해를 설명하며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테니스와 골프는 여가선용에 안성맞춤이지만, 전지훈련중 새로이 배우는 건 금지해야 한다.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의식을 깨우치는 데는 프로 입단시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 실시하는 몇시간짜리 오리엔테이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1년 내내 경기와 훈련이 반복되므로 따로 교양 교육을 할 시간이 없지만, 구단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이 나쁜 생각을 갖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우천 경기 취소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지역 인사를 초청한 1시간짜리 교양 강의, 스포츠는 물론 역사, 경영, 인문에 관한 전문 도서 돌려읽기는 선수들이 목표를 갖고 정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각 구단 홍보팀에서는 야구관련 소식이나 신문 기사 스크랩을 간부들 회람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1군 선수단 전체에게도 배포하면 좋지 않을까.

46세의 이치로(시애틀)가 최근 구단 신체검사결과 체(體) 지방률이 팀내 최저라는 뉴스와, 2014년말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61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렸음에도 추신수(텍사스)는 스프링캠프시 변함없이 새벽 4~5시에 야구장 출근한다는 정보는 선수들을 각성시키는 엄청난 자산이 된다.

선수들은 초중고시절, 제대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한 ‘운동기계’였다는 점을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는 늘 유념해야겠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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