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심판이 스트라이크를 볼로 잘못 판정했다 치자. A심판은 투수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 보상을 할겸 다음 들어오는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면? 얼핏 판정의 균형이 잡힌 듯 하지만 A심판은 오심을 두번 저지른 셈이 된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전 단장의 사태를 보면서 오심(오류) 두번이 떠올랐다. 첫번째 오류부터 아리송하다. 인사 검증이 왜 그리 엉터리였을까?

임은주 전 히어로즈 단장
축구계 인사, 혹은 축구 기자에게 간단히라도 문의했다면 프로축구단 임원 시절의 ‘특혜 채용-감독 고유 영역 침범-월권 행사’ 등 비리가 줄줄이 새 나왔을 건데…. 이를 알았다면 히어로즈 구단 고위급에서 섣불리 문제있는 인사를 데려오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검증을 않고 누구의 지시로 단번에 영입? 어느 야구인의 지적처럼 “교도소에 있는 이장석 전 대표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일까.

하여간 세계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단 단장, 최초의 타 종목 출신 야구단장 선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렇다면 히어로즈 구단의 다음 조치는? 구단은 곧 경영진의 결정으로 임 전 단장의 추후 보직을 정할 것이라 한다. 추후 보직? 사장급 단장직을 사임했다면 크지 않은 조직인 프로야구단에서 맡을 만한 자리는 없어 보인다.

대우를 잘 해봐야 ‘사장 보좌역’ 정도인데, 축구단에서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야구 업무를 새로이 익혀야 하는 마당에 사장을 보좌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두 번의 오심이라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임 전 단장은 깨끗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그나마 남아 있는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이장석 대표의 구속, 조상우 박동원의 성추문 사건 등 각종 악재를 겪었다. 암울한 상황에도 이정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키움증권과 5년 총 500억원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까지 성사시켜 야구계 안팎에서는 올시즌 혁신적인 행보에 관심이 크게 쏠렸었다.

히어로즈 팬들도 희망을 가득 품고 구단의 변신을 지켜보고 있는데, 구단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초한다면 팬심이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다 조상우, 박동원에 대한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의 악재가 더해져 히어로즈는 과연 올해 얼마만큼 관중을 동원할지 궁금증을 더하게 됐다.

조상우, 박동원의 성폭력 혐의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비도덕적인 행위는 결코 용납하기가 힘들다. 원정 숙소의 옆방에서 동료와 코칭스태프가 곤히 자고 있는 상황에 저지른 일탈 행동에 대해 KBO 상벌위원회가 내린 ‘사회봉사활동 80시간’의 경징계는 도덕과 관습에 크게 어긋나 보인다. KBO의 조치에 안도한 히어로즈 구단은 추가 징계를 하지 않을건 보나마나다.

관련 기사의 댓글엔 “그간 마음 고생 많이 했다”는 위로의 말도 있지만 “야구만 잘하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범죄구단…아이들 데리고 야구장 가겠나…KBO 수준이 저 정도지…”라는 비아냥과 비난이 훨씬 많다.

조상우, 박동원이 출전하는 3월 23일 개막전부터 팬들의 비난과 조롱이 그라운드를 난비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5년간 500억원을 쏟아 부은 키움 증권 임직원들만 애꿎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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