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왼쪽)과 조상우.

얼마 전 술에 만취해 버스 기사를 폭행한 전 롯데선수 박정태는 영원히 야구계에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 제 아무리 ‘롯데 레전드’이지만 폭력을 휘두른 자를 받아들일 야구단체나 구단이 없기 때문이다. 삼진(스리 스트라이크)이 아닌 원 스트라이크에 아웃되는 전형적인 사고다.

지금 야구계는 지난달 28일 검찰로부터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은 키움 히어로즈 포수 박동원(29)과 투수 조상우(25)의 복귀를 놓고 논란이 많다. 프로선수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으므로 중징계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성폭행이 아닌 만큼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붙고 있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전력의 보강을 위해 두 선수의 빠른 복귀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아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바로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킬 기세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가 회원인 선수편을 드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친 느낌이다. “사법기관 판단이전 참가활동 정지 처분은 KBO의 권한남용” “KBO 상대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가능”을 시사한 것은 팬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는 그야말로 ‘권한남용’이 아닐까.

필자는 이런 추이를 지켜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아니, 야구인들이 제정신인가?”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의 성폭행 폭로로 전 스포츠계, 아니 정부와 국민들까지 들끓고 있는 마당에 성폭력에 연루된 선수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민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선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단순히 법적인 검토의 결과다. 피해 여성의 심신 상실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도덕률이나 관습에 비추면 성폭행 이상의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5월 22일 SK 와이번즈와 인천 원정경기를 마친 뒤 원정 숙소로 술에 취한 여성 2명을 데려와 성관계를 맺었다. 이것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지만 더 가증스러운 건, 경기를 마치고 곤히 자고 있는 동료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옆방에 두고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폭거를 저지른 것이다.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행 혐의’로 인해 정치 생명이 끝났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평생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다.

‘무죄 판결’만으로 어떻게 야구계 복귀의 정상 참작 여지가 된단 말인가. 지난해 5월 두 선수에게 ‘참가활동 정지’를 내린 KBO 처사도 이해가 안간다. 원정 숙소에서 성행위를 저지른 사실은 당시 경찰 조사로 명백히 입증된바 있으므로 중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참가 활동 정지 결정후 경찰의 정확한 사건 조사 발표가 있었음에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구단의 눈치를 봐 향후 있을 검찰과 법원의 조치에 따라 징계의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얕은 꾀였다. 더 얕은 꾀는 설 연휴를 핑계로 상벌위원회 소집을 미루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데서도 확연히 보인다.

향후 징계의 방향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어떡하든 두 선수의 기량을 살리기 위해 50~60경기 출전 정지 정도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징계가 내리지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엄청난 팬심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KBO앞 시위, 쏟아지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두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중 팬들의 쉴새없는 조롱은 또 어떻게 할것인가.

심석희의 ‘스포츠계 미투’로 대한체육회장 사퇴론이 거세게 일었고, 정부는 강력한 방지 대책을 내놓았는데, KBO는 애써 이를 외면하는듯 해 참으로 어이가 없다.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 내건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이참에 내리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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