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기술위원들이 위촉식을 갖고 상견례를 하고 있다.
많은 소망을 담고 새해가 밝은 지 20여일. 과연 한국 프로야구의 앞날은 밝을 것인가? 야구 행정을 총괄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썩 밝아 보이진 않는다.

KBO 행정의 현재는 ‘기술위원회’, 미래는 ‘프로야구미래협의회’가 좌지우지한다. 이 둘의 운영행태를 보면 현재와 미래가 결코 밝아 보일 수 없다.

먼저 기술위원회. 지난 14일 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최대 현안인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 선출을 위해 김시진 위원장및 위원들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두세명으로 압축됐다” 혹은 “적임자를 가리기가 힘들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2주전 칼럼에서 강조했지만, 공개모집을 하면 아무런 고민할 필요가 없고 적임자를 바로 가릴 수 있다.

후보자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올 전임감독으로 적합한지를 왜 개별 면담으로 가리는가? 후보 2,3인을 뽑아 정운찬 총재에게 최종 선임을 맡긴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후보가 2,3인이라면 그 2,3인을 공개 면접을 통해 기술위원들이 최종 낙점하면 된다. 21세기 들어 온 세상이 소통과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공기업 CEO, 각급 협회장들을 뽑을 때 공모를 시행한 지가 오래인데, 왜 스포츠계 특히 프로야구는 구태의연하게 막후에서 선정을 하는가.

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도쿄 올림픽 야구경기에 참가하므로 어떡하든 금메달을 따와야 한다. 특히 일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므로, 전임 감독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일본에 져 금메달을 못 딴다면 KBO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보다 더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설사 한국팀이 부진하더라도 공정한 선출과정을 통해 감독을 뽑는다면 후유증이 덜하지만, 지금처럼 밀실에서, 또 최종 선임은 총재가 한다면 야구인과 팬들의 분노는 끝이 없을 수 있다. KBO는 왜 독배를 미리 들려고 하는가.

미래협의회(미래협)는 더 한심해 보인다. 미래협 운영방침은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및 부상방지 시스템 구축, 야구교육 및 저변확대, 상벌 및 제재 등 한국야구가 안고 있는 과제를 총괄한다.

이런 막중한 기구인데도 지난 16일 첫 모임에서는 별다른 현안 논의없이 상견례만 했다고 한다. 다음 모임은 날짜 지정도 없이 2월중이라 정하고 헤어졌다.

야구 미래를 위한 과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면 한달에 한번 모일 때 현안 한두개는 적극 검토해야 한다. “허허, 앞으로 잘해 봅시다”라는 인사만 하고 헤어질 일이 아니다.

2월중 남부지방에는 해마다 임시 고교대회가 여러 군데서 열린다. 시즌을 앞두고 각 고교팀들이 훈련을 겸한 실전을 치르는 것.

하지만 이 대회들로 인해 당장 눈에 띄지는 않지만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게 된다. 왜냐하면 영상 7도 이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 마구 던지고, 때리고, 슬라이딩을 하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영상 7도 이하에서의 투타 행위는 관절과 뼈, 근육을 크게 손상시키는 탓에 절대 금지를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무리하게 추운 날씨속에 대회를 치른 결과는?

프로야구 각팀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신인 선수 10명중 5~6명은 수술 경력이 있거나 곧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고. 그렇다면 2월중 고교대회는 마땅히 금지돼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가 달린 2월에 미래협 위원들이 2번째 모임을 가지며 “자, 이제 야구의 현안이 뭔지 검토해 봅시다”라고 한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또 한가지. 김시진 기술위원장이 기술위원장으로 적임자일 수 있지만, 미래협 위원으로도 선정돼 ‘양수겸장’을 할 만큼 뛰어난 능력자는 아니지 않을까.

김위원장은 선수 은퇴후 코치, 감독, 경기 운영위원(감독관) 등 현장에서만 활동했지 행정 경험은 없다. 그런데도 막중한 임무를 두개나 부여하는 것에 의문부호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왜 느닷없이 ‘구세주’가 된 것일까.

기술위원 7명중 3명이 방송사 해설위원인 것도 재야의 능력있는 야구인들을 속상하게 하고 있다. 멀리갈 필요없이 KBO 육성위원중에도 적합자가 있어 보인다.

기술위원 7인중 비경기인의 몫은 딱 한자리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도 야구 대표 팀 닥터(대한야구소프트협회 부회장 겸임)를 기용했다.

팀 닥터는 선출된 대표 선수들의 메디컬 체크가 주 임무인데, 왜 대표 선수를 뽑는 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는지 의아스럽다. “아마야구 몫으로 선임했다”는 KBO 간부의 설명은 너무나 구차스럽다.

KBO 행정이 왜 이렇게 한심하게 운영될까? 어느 원로 야구인의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했지만 학자 출신이잖아? 학자의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지~” 스포츠한국 객원기자/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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