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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니 해라"

류중일 감독이 김현수에게 건넨 이야기다. 주장이다. 이전까지 LG는 선수단 투표를 통해 주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류 감독이 지명했다.

김현수는 주장에 대한 별 생각이 없었지만, 류 감독의 "니 해라"라는 말을 듣고 수긍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김현수다.

사실 라이벌 두산이나 다른 팀에 비해 LG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베테랑이 없었다. 박용택을 제외하면 이전에 있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나거나 옷을 벗었다.

젊은 야수진 중심으로 팀이 체질을 개선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었지만, 이들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경우에 다독여 줄 수 있는 형이 없었다. LG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미국 생활을 마무리 하고 돌아온 김현수를 4년 115억이라는 거액을 안겨주고 데려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김현수가 팀의 중심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실제로 작년 김현수는 팀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외인 선수의 부상 공백을 채우고자 외야에서 1루로 군말없이 포지션을 이동했고, 부상을 당했지만 타율3할6푼2리로 리그 타격왕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무조건 따라와라, 왜 안하느냐, 그런 식의 강요가 아닌 실력으로 보여주고 증명했다. 후배 선수들이 김현수를 따를 수 밖에 없다. '김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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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채은성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체력을 다졌더니 두 선수는 나란히 팀 내 1, 2위를 다투는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자연스레 김관장의 조언에 맞춰 비시즌에 운동을 하는 선수가 많아졌다.

그렇게 주장이 됐지만 김현수에게 '강요'는 없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했으면 한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라면서 후배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작년에 1승 15패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도 '전' 두산 선수였던 김현수는 오히려 더 쿨하다.

김현수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같은 구장을 쓰니까 라이벌이지, 성적으로 보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다. 선수들에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이야기 했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욕 먹을 일이라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하자는 이야기다. 이러한 주장의 한 마디는 오히려 성적을 내고자 화이팅을 외치는 다른 이의 말보다 훨씬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리더가 필요했던 LG다. 흔들려도 기둥처럼 버티고 존재감으로 힘이 되어주는, 그저 나이가 많아서 리더가 되는 그런 유형이 아닌, 말 대신 실력과 존재감으로 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를 원했다.

김현수는 그런 리더로 2019시즌을 임하려고 한다. LG는 115억으로 타격 기계 뿐 아니라 리더까지 함께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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