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KBO에서 이멜로 보내준 ‘총재 신년사’를 읽으려다 내 눈을 의심했다. 신년사가 “KBO 커미셔너 정운찬입니다~”로 시작되는 게 아닌가. 커미셔너?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어 KBO의 야구 다이어리를 꺼내 확인을 해봤다. 거기엔 분명히 총재로 돼 있었다. 지난 한해 총재 직함이 커미셔너로 바뀌었다는 보도자료를 보지 못했기에 뭔가 잘못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정운찬 총재가 1년 전 취임했을 때부터 “권위적 명칭인 총재가 아닌 커미셔너로 불리고 싶다”는 말을 여러번 했었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며 ‘셀프 호칭’을 해서는 안되지 않은가. KBO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통해 명칭을 고치면 되는데, 왜 변경을 하지 않은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규칙이라든지, 규정이라든지 웬만한 것은 일본 프로야구 리그를 본땄다. 총재란 명칭도 일본 것을 모방했다. 그렇지만 3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 일본은 미국처럼 커미셔너로 명칭을 바꿨다. 그러므로 정운찬 총재는 결단을 내려 커미셔너로 변신(?)하는 게 마땅하다.

정운찬 KBO 총재.

물론 커미셔너란 외국어 호칭이 썩 어울리진 않는다. “커미셔너님~”이라 부르기도 쉬운 게 아니고. 그러나 커미셔너를 번역한 적절한 호칭이 없으므로 미국, 일본과 같이 커미셔너로 통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KBO의 한국식 호칭이 ‘한국야구위원회’인 만큼 일반적 관례에 따라 수장의 명칭을 위원회와 연관지어 ‘위원장’이나 ‘회장’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어쩐지 어색하다.

KBO는 10개 구단이 지원하는 돈으로 운영되므로, 위원회가 아닌 자동차협회나 손해보험협회처럼 협회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 협회와 달리 회원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선수들 문제를 조정해야 하므로,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총재란 명칭은 걸맞지 않다.

더구나 총재라는 명칭을 쓰는 단체가 점점 줄어 들고 있으므로 ‘구시대의 유물’을 하루바삐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약 20년 전 주요 정당들이 집단 대표체제로 바뀌며 수장의 호칭을 총재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변경했다. 대한적십자사도 총재에서 회장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이제 총재라는 호칭은 군소 정당이나 한국자유총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 정도가 고수하고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아 보인다. 오는 3월 23일 프로야구 개막식 때 정운찬 총재가 ‘KBO 커미셔너’의 자격으로 개막을 선포하는걸 보고 싶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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