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창원=박대웅 기자] NC 구창모에게 2018시즌은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시기였다.

첫 출발은 깔끔했다.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3월28일 한화전에서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시즌을 열었다.

이후로도 투구 내용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6월을 마친 시점까지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하며 2017시즌에 비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승리 운이 유독 따르지 않았고,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7월부터 서서히 체력 문제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패배는 점점 더 쌓여갔고, 결국 7월 마지막 등판까지 그가 남긴 성적표는 1승10패 평균자책점 5.69였다. 13번의 선발 등판 중에서는 단 1승도 책임지지 못했다.

사진=박대웅 기자
▶야속함 아닌 고마움

7월 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 것도 사실이지만 팀 전체의 에너지 레벨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구창모에게만 그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7월까지 타선 지원이 1점대에 그칠 만큼 마운드에 선 구창모는 외로움과 늘 싸워야 했다.

“솔직히 시즌 중 한 번씩 성적표를 보면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매번 나갈 때마다 지는 것 같아서 선발투수로서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가 판단했을 때에도 투구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감 역시 좋았기 때문에 비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구창모는 동료들에 대한 야속함보다 멘탈 회복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형들에게 장난스럽게 ‘점수 좀 내주십시오’라고 농담을 했던 적은 있어요(웃음). 하지만 야구가 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투수만 잘 한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제가 못 던졌을 때 타선 도움으로 승리했던 경기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투수의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구창모는 힘든 순간 멘탈 및 트레이닝 코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야구를 당장 이 순간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가짐을 먹은 뒤 변화가 찾아왔다. 더 이상 패배를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역할에만 집중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었고, 오히려 그 시점부터 패배가 쌓이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긴 연패에 빠졌을 때 사실 힘든 점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일들을 겪어본 것이 정말 제 야구 인생을 길게 봤을 때에는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될 것 같아요.”

스포츠코리아 제공
▶불펜에서 찾은 자신감→341일 만의 선발승

구창모는 7월까지 1승10패에 머물러 있었지만 8월 이후로는 단 1패를 하는 동안 4승 1홀드를 추가하는 등 성장한 모습으로 2019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멘탈·트레이닝 코치의 도움 뿐 아니라 몇 가지 터닝 포인트들이 있었다.

우선 8월1일 삼성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3.1이닝 4탈삼진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하며 지긋지긋한 8연패 사슬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선발 최성영이 3.1이닝 4실점으로 조기에 물러났지만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구창모가 두 번째 투수로서 삼성의 반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해냈다.

“사연이 있는 경기인데 패배가 계속 쌓이다보니 감독, 코치님께서 도움을 주셨어요. 선발로 부담이 되면 팀이 이기고 있을 때 뒤에서 등판해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배려해주셨거든요. 그 전까지는 감이 좋지 않았는데 삼성전에서 직구와 커브 조합만으로도 승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 공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됐죠. 올시즌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불펜에서 자신감을 회복한 구창모는 8월9일 SK전에서 다시 선발로 복귀, 이번에는 7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2017년 9월2일 LG전 이후 341일 만에 이뤄낸 값진 선발승이었다.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이뤄낸 결과였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SK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당시 9회에 비가 와서 1시간 정도 경기가 지연됐는데 막판에 SK가 추격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더욱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봤던 것 같아요. 강우콜드가 됐기 때문에 승리하고도 찜찜한 부분이 있었지만 선발로서 마침내 팀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스포츠코리아 제공
▶커브와 체인지업, 구종에 대한 고민

8월 극적인 구원승과 선발승이 반등을 이끌어낸 결과물이었다면 반등의 과정은 구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구창모의 2018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은 10.8%. 이는 2017시즌 5.7%와 비교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실제 구창모는 2017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둔 시점부터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구창모가 반등에 성공한 8월부터 체인지업 구사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이다. 7월까지는 20%가 넘는 높은 비중을 가져간 경기들도 제법 있었지만 8월 이후로는 최대 수치가 7.7%에 그쳤고, 체인지업 자체를 봉인한 경기 역시 6차례나 있었다.

“지난 시즌 전까지 체인지업이 자신 있던 공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해봤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자주 나와서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폭투가 계속 나오다보니 던지기가 힘들었죠.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시점에 자신 있는 공으로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고, 속구와 커브를 주로 던지기 시작했어요.”

속구는 기존부터 큰 자신감이 있었고, 커브 역시 2018시즌을 거치며 결정구로도 활용할 만큼 많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특히 커브의 경우 2017시즌 13.2%에서 2018시즌 21.1%까지 비중을 끌어올렸으며, 피안타율 2할5푼5리로 제법 좋은 결과를 냈다. 스스로도 2018시즌 본인의 전반적인 활약을 “30점”으로 낮게 평가했지만 커브만큼은 80점을 부여하며 의미를 뒀다.

하지만 결국 선발투수로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를 보다 위력적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구창모 역시 머리에 담아두고 있는 부분이다.

“한참 팀 성적이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어느 순간 체인지업은 연습 때 위주로만 가져갔지만 2019시즌에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까지 모두 완성도 있는 구질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제공
▶위협적 상대→최고의 아군, 양의지 효과에 대한 기대

2019시즌 FA를 통해 NC에 새롭게 가세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KBO리그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평가받는 양의지가 그 주인공이다.

젊은 투수들의 경우 당연히 양의지의 리드 능력에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구창모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구창모는 양의지가 “좋은 구위를 지녔고 경기 운영 능력이 늘었다”며 입단식 당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투수이기도 했다.

“양의지 선배님께서 제 이름을 거론해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고 또 감사하죠. 맞대결을 펼쳤을 때 확실히 좋은 능력을 지니셨다는 것을 느꼈어요. 타자 선배님들이 평소 양의지 선배의 볼배합을 읽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제 공의 장점을 살릴 볼배합에 대한 기대감이 커요. 하지만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 해주셔도 결국 공은 제가 던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궁금한 것들을 적극 물어보고 배워야 할 점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구창모는 양의지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큰 부담 하나를 추가적으로 떨칠 수 있게 됐다. 양의지가 2018시즌 기록한 총 157안타 가운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뽑아냈던 투수가 바로 구창모(6개, 타율 0.500)였기 때문이다.

구창모의 두산전 성적이 1승1패 평균자책점 4.05 피안타율 2할5푼5리로 뛰어났고, 실제 다수의 두산 선수들이 구창모의 공에 높은 평가를 내렸지만 유독 양의지에게는 약한 모습이 있었다.

“제 기억에도 정말 많이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한 때 속구로만 상대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니까 선배님이 제게 ‘남자네’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계속 공략을 당해서 커브를 구사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커브까지 치시더라고요. 이후에는 ‘여자네’라고 하셨어요(웃음). 아무래도 가장 위협적인 상대와 한 팀이 됐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새로운 출발, 든든한 풀타임 선발을 다짐하다

2019시즌 구창모는 새로운 구장, 새로운 감독 뿐 아니라 새로운 포수와 호흡을 맞추는 등 여러 변화된 환경에서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18시즌 개인 최다인 133이닝을 소화하긴 했지만 여름마다 찾아오는 체력 저하 등 아직은 보완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다는 냉정한 자체 평가를 내렸다.

“여름이 되면 조기 강판이 많았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버겁다는 것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역시 선발이 되기 위해선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마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되는데 이런 계기를 새로운 터닝 포인트로 잡아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구창모는 2019시즌 승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발투수라면 무엇보다 규정 이닝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또한 그 다음으로 중요한 기록이 평균자책점이었다. 이닝과 평균자책점에서 성과를 내면 또 다른 좋은 결과들이 따라오는 만큼 2019시즌에는 풀타임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제가 그동안 선발로서 적은 기회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성적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시즌만큼은 정말로 열심히 준비해서 NC 팬들, 코칭스태프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대웅의 글LOVE : 글러브(glove) 속에 빨려 들어가는 공처럼 몰입력 있는 기사, 글LOVE라는 표현처럼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