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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한국 야구의 지난 1년을 돌아봐달라는 요청에 꺼낸 첫 마디다.

그의 답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2018년 한국야구는 팬들에게 힐링이 되기보다는 분노와 실망의 감정을 더 크게 불러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선발 과정에서부터 온갖 잡음이 있었고,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 특히 선 전 감독은 KBO 정운찬 총재와 함께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으며, 정 총재가 전임감독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드러내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됐다.

대표팀 쪽에서만 상처가 곪았던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올해도 여전히 성추행, 폭행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구단들 역시 트레이드 뒷돈 거래, 사건 은폐 등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KBO 역시 클린 베이스볼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행동으로 옮겼는지 의문이 든 해였다. 온갖 대형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은 일상이 됐고, 연말에는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까지 터져 홍역을 앓았다.

허구연 위원 역시 수많은 논란의 사건들이 쏟아진 것에 대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함께 2018년 한국야구의 어두웠던 단면들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 위원이 바라본 정운찬 총재의 1년

허구연 위원은 앞서 언급된 사건들에 대해 돌아보면서 올 한해 야구계가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참으로 많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넓은 범위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본인들의 잘못, 시스템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결국 저를 포함한 야구 선배들이 스포츠계 전반의 문화를 잘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부분이 잘 안 된 2018년이었죠. 특히 야구 쪽에서는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는데 넓게 보면 이러한 아픔을 통해서 한국 스포츠계가 재정립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8년 총재 고문직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던 허 위원은 정운찬 총재의 1년 간 행보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 총재가 밖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봤을 때의 KBO 행정, 그리고 본인이 수장이 됐을 때의 행정에 차이가 날 것으로 보기는 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구단의 위치가 강화됐고, 유영구, 구본능 전 총재 때 9~10구단 및 독립구단 창단, 800만 관중 돌파 등 워낙 많은 일들을 해놨기 때문에 정 총재께서 오신 뒤 사실 대비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이었죠.”

허구연 위원은 정운찬 총재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스포츠산업화와 관련해 허 위원 본인 역시 많은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단, 종합적으로 1년 동안 별로 해놓은 일이 없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 총재 역시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러 사람들이 아쉬운 말을 꺼내고 있다면 결국 방향을 빠른 속도로 재설정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장이라는 자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임기 내에 뚜렷한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구단의 모든 동의를 얻는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올 한해를 정말 힘들게 보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고, 성과를 낳은 뒤 가시화시키는 작업 역시 필요합니다. 야구 팬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언행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야구 선수에게도 꼭 필요한 공부

허구연 위원은 KBO가 중심을 잡는 것은 물론 아마추어 야구의 근간이 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역시 한국야구 발전을 함께 이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BO 커미셔너가 야구 팬들, 구단, 야구인을 잘 묶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면 KBSA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의 기량 뿐 아니라 인성적인 교육 역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프로에 도달하지 못하는 선수들 역시도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도록 KBSA 뿐 아니라 야구계 어른들이 적극 도와야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하는 선수들을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육의 현실적 문제가 운동·문화 예술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안 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죠.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말리그의 경우 현장을 무시하는 언밸런스적인 부분들이 있는데 어쨌든 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선수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가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야구인들이 반드시 반성을 해야 하고, 좋은 관행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야구계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해요.”

허 위원은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한 점을 떠올리며 한국에서도 그러한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지 현역 시절의 이름값만으로 평생 화려한 커리어를 걷는 것이 아닌 실제로도 유능한 선수 출신 행정가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제가 문경에 있는 글로벌선진학교에 관심을 가진지 7~8년 정도 됐습니다. 야구 외에도 영어로 수업을 하며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를 한 학생들이 어느덧 애리조나 주립대, 나아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진우영)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유창하게 영어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 샘플들이 실제로도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공부하며 운동하는 체제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제도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의 본질, 페어플레이 기억해야

허구연 위원은 그동안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2018년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덕적 해이가 실타래가 꼬인 출발점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동안 정치계에서 스포츠를 높게 평가한 이유가 ‘페어플레이’였지만 최근에는 야구계 뿐 아니라 스포츠계가 오히려 정치화되고 있는 부분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포츠라는 것이 정권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됩니다. 정치는 여러 이해관계들이 얽혀서 잘 알면서도 서로 공격하는 곳인데 스포츠계가 왜 나쁜 것을 배우려 하고 정치를 닮아가려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시키려하지 않습니까.”

그는 동시에 야구계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을지 모르지만 질적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도자나 프론트 모두가 각자의 할 일에 열중하며 레벨업을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또한 선수들 뿐 아니라 지도자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요즘 해설계가 옛날보다는 대우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현역 생활을 마친 선수들이 코치를 잘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코치는 워낙 박봉이고 자칫 1년 만에 떠나야할 수도 있어서 늘 불안감을 가져요. 이런 문제들 역시 적극 해결해야 합니다. 지도자들에 대한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좋은 선수들도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밖에 허 위원은 평소에도 늘 강조하는 인프라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 위기의 한국야구, 2019년에는 희망과 즐거움 안기길

허구연 해설위원은 온갖 야구계의 악재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기도 했다.

2018년 KBO리그는 SK가 극적으로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은 시즌이었다. 특히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 연장 혈투를 뚫고 두산과의 최종 대결에서까지 이어간 수많은 드라마틱한 장면들로 야구 팬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준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보여준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것 같아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상황에서 관중 수가 감소하기는 했지만 800만 시대가 계속 유지된 점도 허 위원에게는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의 위상이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며 2019년 야구계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선전은 했다고 보지만 최종적으로는 약 4%의 관중이 감소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평가가 될 수 있는 좌석 점유율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봐요. 2018년 한 해 동안 여러 면에서 팬들을 실망시킨 사건이 많았는데 2019년에는 야구계가 보다 좋은 소식을 전하고,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인기 종목 역할을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선수 뿐 아니라 야구인 모두가 심각성을 느끼고 책임의식,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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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1/01 08: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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