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10개 구단의 소망과 800만 관중의 희망이 담긴 새해가 떠오른다. 2019시즌에는 또 어떤 즐거움으로 야구장이 환해질까.

하지만 많은 팬들은 환해지기 보다는 어두워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나 구단, 선수들이 제 할 일들을 성의껏 해 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올 한해는 너무나 다사다난했기 때문이다.

먼저 KBO. 한해가 가기 이틀 전인 지난 30일, KBO는 일요일임에도 인선(人選)으로 시끄러울뻔 했던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김시진 KBO 경기운영위원장(전 현대-히어로즈-롯데 감독)으로 전격 임명해 논란을 잠재웠다.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진 않았지만, 기술위원장 임명을 놓고 전직 KBO 총재와 사무총장, 야구 원로들까지 나서는 추태를 보여 뜻있는 야구인들의 낯을 뜨겁게 했다.

아무리 기술위원장 자리가 위중하다 하더라도 KBO 인사(人事)에 전직 수뇌부와 원로야구인들까지 간섭을 한다는 건 유례가 드문 일로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KBO가 이처럼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현 수뇌부의 파워가 약한 탓이다.

김시진 KBO 신임 기술위원장.

지난 1년간 총재와 사무총장이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했더라면 주변에서 이처럼 들끓지 못할 것이다. 해가 바뀌면 6명의 기술위원 선임과 이후 있을 전임감독 임명을 놓고 야구계가 또 한차례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새해를 맞자마자 한차례 소동을 벌인다면, 팬들에겐 참으로 예의가 아니다.

올 한해 KBO 인사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긴 했다. 기술위원장만 해도 그렇다. 김시진 위원장은 적격자이긴 하지만, 지난 6일 구성된 한국야구미래협의회(미래협) 위원으로도 선임됐다. 미래협의 나머지 위원 9명의 면면을 보면 김시진 위원장이 회장을 맡을 게 유력해 보였다.

기술위원장을 맡은 만큼 경기운영위원장과 미래협 위원 자리를 내놓을 것이지만, 한사람에게 직위가 쏠릴 만큼 야구계 인재 풀이 그렇게 적은지?

미래협은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및 부상방지 시스템 구축, 야구교육 및 저변확대, 상벌및 제재 등 한국야구가 안고 있는 과제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야구의 미래발전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운영방침만 보면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막중한 기구인데도 위원은 프로, 아마 각 5명 동수(同數)에 특정 직종 3인(교수), 당연직 2인(KBO 사무총장, 야구기자협회장) 등 구색 맞추기에 급급해 보여 전망이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야구는 프로야구가 주도하고 있으므로 인선 비중은 ‘프로-아마 8대2’ 정도가 바람직해보이고, 누가 봐도 한국야구의 미래를 맡길 인물들이 포진했어야 했다.

이뿐 아니라, KBO에는 무슨 무슨 위원회가 많다. 그 많은 위원들과 2명의 고문은 올 시즌 야구계가 시끄러울 때 과연 총재를 잘 보좌하고 자문했는지 궁금하다. 새해에는 아무쪼록 역동성있는 위원회를 가동하고 인선도 효율적으로 해야 여러 가지 사태를 예방하고 대처하지 않을까. 일본 언론까지 한국 프로야구계의 어수선한 상황에 대해 걱정할 정도면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각 구단이 구단 이기주의에 빠지는 건 당연하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구단 임직원은 승진을 하고 연봉이 오르고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구단간의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프로야구 앞날도 생각하며 팀을 운영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와 FA(자유계약선수)에 끝없이 투자를 하는 것 같더니, 이제 경기가 위축돼 모기업의 지원이 약해지니 부랴부랴 상한선을 정해 규제에 나선다. 애초부터 과열 경쟁을 자제해 가이드라인 선정 등 적정선을 유지했어야 했다.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은 미국, 일본과 달리 초중고시절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성폭행, 도박, 음주운전 등 각종 사고와 비리에 끊임없이 연루되는 것으로 보인다. 선수 스스로 유의하고 자제해야겠지만, 구단들의 끊임없이 깨우치고 교육하는 노력도 요청된다.

1년중 단 사흘만 쉬고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하는 메이저리그 현역 최다안타(3,089개)의 스즈키 이치로(45), 1천억원대의 갑부가 됐지만 여전히 남들보다 일찍 야구장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추신수(36) 등의 사례를 틈날 때마다 들려주면 ‘엉뚱한 짓’은 아예 할 생각을 못할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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