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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양현종은 KIA를 상징하는 선수다. 그리고 KIA 역시 양현종은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다. 구단과 선수, 모두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선수와 구단의 계약은 엄연히 비즈니스지만, 양현종과 KIA의 밑바탕에는 서로의 신뢰가 단단하게 쌓여있다. 이는 계약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상당히 독특하다.

2017시즌을 앞두고 KIA는 4년 1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4번 타자를 데려왔다. 팀 전력에 필수라는 판단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리고 4년 40억에 나지완까지 붙잡았다.

타이거즈가 큰 손이라고 하지만 너무 많이 썼다. 그리고 당시 양현종은 FA 자격을 갖춘 상황이었고 잔류, 혹은 해외 진출을 놓고 고심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러브콜이 오기도 했다.

양현종의 선택은 잔류였다. 대신 많은 금액을 쓴 구단의 사정을 배려, 일반적인 FA 계약 형태인 4년을 보장 받지 않고 해마다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봤다.

대신 시즌이 끝난 후에 양현종이 타 구단, 혹은 타 리그에 갈 의향이 있으면 구단이 풀어줄 수 있다는 조건을 가져갔다. 그렇게 2017년에 계약금 7억 5000만원, 연봉 15억을 받았다.

도합 22억 5000만원이었다. 기간에 제한이 없을 뿐, 사실상 FA 계약을 했을 때의 금액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2017시즌 KIA는 우승을 차지했고 양현종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싹쓸이 했다.

31경기에 나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찍었다. 무려 193이닝을 소화했고, 볼넷 역시 이전 시즌에 비해 더욱 줄어들었다. 리그 최고의 왼손이라 봐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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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을 앞두고 우승 프리미엄을 한껏 받은 양현종은 연봉 23억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팀 성적이 꽤나 아쉬웠다. 작년 챔피언이 가을야구 문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겨우 5위에 입성했다.

양현종은 모두 29경기를 뛰면서 13승 11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팀도 성적이 떨어졌고 개인 기록 역시 부족하지만, 에이스답게 고군분투 했고,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양현종의 연봉 23억은 현재 KBO리그 전체 2위다. 1위는 25억 롯데 이대호다. 2억이 부족하지만, KIA는 FA가 아닌 매년 연봉 협상을 해야 하는 양현종의 헌신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바로 현재 FA 시장의 추이다. 몸값 인상을 막고자 각 구단이 애를 썼지만 결국 SK와 NC가 터뜨렸다. 6년 106억의 최정, 4년 69억의 이재원, 그리고 4년 125억의 양의지다.

계약금을 뺀 연봉은 양현종에 비해 적지만, 시장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보니 FA가 아님에도 사실상 FA 계약이나 다름 없이 매년 연봉 협상을 하는 양현종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조계현 단장은 "양현종의 경우는 만나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계약 규모) 큰 선수다보니 좀 뒤로 밀리고 나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차분하게 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자세히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현종이 팀을 위해 공을 던진 부분에 있어서는 조 단장 역시 같은 마음이다. 일단 올해 안으로 몇 차례 만남을 가진 뒤에 본격적인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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