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종로=박대웅 기자] 덕수고 야구인들이 모교를 살리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덕수고 야구부 OB들은 13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특성화 계열 존치와 야구부 존치를 위한 항의집회를 가졌다.

덕수고 통폐합 이전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는 덕수고 OB들. 사진=박대웅 기자
덕수고 야구부는 1980년 창단한 이래 총 21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야구 명문이지만 최근 서울시 교육청의 갑작스러운 분리 이전 방침에 존재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초 덕수고는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 이전 재배치·특성화고 통폐합 방안에 따라 특성화 계열이 현재의 위치인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남고, 일반 계열이 2021년 3월까지 위례신도시로 옮기는 분할 이전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1월1일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특성화 계열과 일반 계열이 통합돼 위례로 이전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점이다. 새롭게 옮기게 될 곳의 부지가 약 3500평으로 현재 부지(1만2000평)보다 턱없이 좁기 때문에 야구장 시설이 들어서기 쉽지 않다.

이날 덕수고 출신 야구인들은 “덕수고 통폐합 이전 결사 반대”, “특성화 죽이는 교육청 반성하라”, “야구부 학습권 보장하라”, “운동장 없는 야구부가 웬 말이냐”와 같은 외침을 통해 서울시 교육청에 본인들의 뜻을 알렸다.

덕수고 이동수 야구동문회장. 사진=박대웅 기자
이동수 동문회장은 “교육청의 말이 바뀌면서 우리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아야 했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일반 계열은 위례 신도시 이전이 확정된 상태인데 특성화 계열은 처음 결정대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덕수고 선후배들이 성명서도 냈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며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모른다는 식이거나 주먹구구식의 느낌이라 안타까울 뿐이다”고 호소했다.

이동수 동문회장은 “위례로 옮길 경우 운동할 수 있는 시설부터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신입생을 뽑는 것부터가 문제가 생긴다. 4~5시에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언제 대중교통을 이용해 행당동으로 와서 운동을 하겠나. 야구부는 결국 존폐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소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만이라도 확보된다면 이렇게까지 이전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진=박대웅 기자
덕수고 야구부 정윤진 감독도 서울시 교육청의 결정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 것은 마찬가지다.

정 감독은 “우리로서는 애석한 일이다. 야구부 선수 입장에서는 앞으로 교실이 없어진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라며 “요즘은 7교시 수업을 다 하기 때문에 오후 4시 30분쯤 수업이 끝난다. 야구장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야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을까 싶다. 미리 중학생 선수들을 스카웃하진 않지만 지원을 받는 경우인데 의사를 보였다가 결국 생각을 바꾼 학생들이 실제로 몇 명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이동수 야구동문회장을 비롯해 넥센 장정석 감독, 이용규, 최진행, 류제국 등 덕수고 출신들 60여명이 뜻을 함께 모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