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 제목 “FA 80억이면 연봉 4천만원짜리 200명!”에 놀란 야구인및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80억원은 독립야구단 몇 개를 운영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인데다, FA 한명이 기대주 200명과 맞먹는다는 수치가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FA(자유계약선수) 대어급 영입도 좋지만 각 구단이 신인급 유망주를 잘 키워 ‘저비용 고효율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인한 모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구단마다 ‘허리띠 조르기’에 들어갔다. 가장 타격이 큰 구단은 두산이다.

새 정부들어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직원들의 타 계열사 이동, 유급 휴직 등으로 초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은 두산 베어스의 사실상 모기업이므로 긴축의 여파가 야구단에까지 불어 닥칠건 불을 보듯 뻔한 일.

리그 최고의 포수이긴 하나 FA 양의지에게 4년 100억원 이상을 주기는 힘든 형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KS) 우승팀 SK가 지난 5일 포수 이재원과 ‘4년 69억원’ 계약을 맺음으로써 상황이 돌변했다. 양의지(타율 0.358 23홈런 77타점)는 공격 수치에서 이재원(0.329 17홈런 63타점)보다 훨씬 나을 뿐 아니라 수비나 투수 리드에 있어서도 이재원을 앞선다.

6년 106억원에 계약한 최정과 4년 69억원에 계약한 이재원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연에서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이재원이 69억원을 받았으므로 양의지의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훌쩍 뛰어 버렸다. 두산으로서는 SK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미 엎지르진 물.

SK는 왜 이재원에게 예상외로 많은 돈을 안겼을까. 첫째 이유는 KS 우승이다. KS 6차전을 직접 지켜보며 감격적인 8년만의 우승, 거기에다 황홀한 우승 헹가래를 받은 최태원 SK회장은 “연봉 협상시 선수들에게 최대한 잘해주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지난 5일 저녁에 열린 우승 축하연이다. 최태원 회장이 참석하는 이 만찬에 최 정, 이재원 두명의 선수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이날 오후 1시 역시 내부 FA인 최정이 6년 106억원에 계약을 하자, 이재원과의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그룹 회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단으로서는 최대한 이재원의 요구를 들어줘야 했고, 급기야 다른 구단이 놀랄 정도의 금액에 계약이 성사되고 말았다.

최정 역시 이재원과 마찬가지로 KS 우승과 최 회장 축하연의 덕을 봤다. 최정은 홈런 부문(35개, 7위)에서는 이름값을 웬만큼 했지만 74타점은 공동 38위로 크게 떨어진다. 더구나 0.244의 타율은 리그 90위권의 초라한 성적이다. 누가 봐도 ‘6년 106억원’은 과다하다.

이재원과 최정은 팀을 잘 만난 개인적인 복(福)을 누렸지만 타 구단과 비교해서는 형평이 맞지 않아 보인다.

FA 최대어로 꼽히는 양의지.

이처럼 연봉이나 FA 계약은 구단주 혹은 그룹 회장의 변수가 있으므로 인플레 현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올시즌 관중은 43만명 줄었고, 경기 침체는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경제학자 및 연구기관의 예측이 잇따른다.

KS 우승이 엄청난 가치가 있긴 하지만 우승 축하연을 몇시간 앞두고 FA 몸값을 즉흥적으로 올려 버리면 데이터를 신봉하는 구단들은 허탈해 하지 않을까.

이제야말로 메이저리그에서 운용하는 사치세(팀연봉 초과시 부과하는 세금)나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 도입을 심각히 고민할 때다.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은 리그 전체를 망치는 적폐이기 때문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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