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승부조작에 가담해 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은 이태양이 같은 처지에 놓인 문우람을 위해 입을 열었다.

문우람과 이태양은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심선언 및 국민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선수는 지난 2015년 5월 브로커 조 씨와 승부조작을 공모했고, 이태양이 5월29일 KIA전에 1이닝 사구, 실투 등을 던져 경기 내용을 조작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태양은 지난 11월 KBO를 상대로 낸 영구실격 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항소가 기각됐다. 2016년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2017년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리됐다.

문우람 역시 지난해 4월 1심에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 및 시계 몰수, 175만원 추징 판결을 받았고, 올해 6월 광주지방법원도 문우람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마저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을 종료시킨 가운데 KBO는 문우람에 대해 영구실격 처분을 했다.

그러나 이태양은 문우람의 경우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양은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내 잘못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문우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며 사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태양은 2015년 5월23일 새벽 문우람과 송파구 소재 안마방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브로커 조 씨가 문우람에게 먼저 안마를 받도록 보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 씨와 둘만 있는 동안 승부조작을 해본 적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고, 없다는 말을 남긴 이후 더 이상 진전한 대화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태양은 “창원지검은 이 시간 동안 나와 우람이, 조 씨가 같이 있던 장소가 철수안마방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승부조작 모의를 했다고 결과를 정해놓고 조사하고 언론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 날 나와 조 씨가 승부조작을 공모한 일이 없다는 것이 진실이다”고 설명했다.

이태양이 브로커 조 씨와 승부조작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것은 5월23일 경기를 마친 시점이었다. 강남에 위치한 클럽에서 조 씨가 본인의 힘든 사정을 이야기하며 승부조작을 제안했다는 것이 이태양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태양은 당시 본인이 중간투수로 뛰고 있어 선발 등판 날짜를 몰랐다. 5월24일 경기를 마친 뒤 29일 선발 준비 지시를 받았고, 이후 5월28일 선발 등판 하루 전 조 씨와 승부조작 시기를 공모했다고 털어놨다. 이 때 조 씨가 문우람의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태양은 문우람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태양은 “1차 조사 이후 검사님이 우람이 통장에서 대가성 금액 1000만원이 인출됐다며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우람이도 조 씨를 통해 승부조작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오해했다. 내가 우람이에게 속은 줄 알았다. 그래서 우람이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우람의 통장기록 조사에서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된 뒤 검사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고, 이후 검사실을 찾아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아무도 본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게 이태양의 주장이다.

또한 이태양은 구단에서 소개해준 변호사가 사건 담당 검사와 친분이 두터워보였던 점, 변호사가 문우람과 관련된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종요한 점, 그런 진술을 고집할 경우 긴급체포를 당할 수 있다거나 더 이상 변호를 할 수 없다고 겁박한 점 등을 털어놨다.

이태양은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내 잘못으로 인해 우람이가 누명을 쓰고 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에 대해 너무 속상하고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다”고 다시 강조한 뒤 “죄인인 내가 나서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기자 여러분들과 국민들과 사법부에 억울하게 희생된 우람이를 부디 재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청한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억울한 우람이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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