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동, 임기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태어날 때부터 마무리는 없다. 수없이 깨지고 무너지고 다쳐봐야 성장한다. 올해 KIA는 한 시즌 만에 챔피언에서 5위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확실한 필승조로 떠오른 오른손 김윤동과 왼손 임기준이다. 두 선수는 올해 팀 불펜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김윤동은 타이거즈 마무리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선수였다.

올해 김윤동은 64경기에 나와 7승 6패 18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소화한 이닝이다. 82.2이닝이다. 많은 편이다. 비교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팀 내에서도 많은 편이다. 시즌 도중에 선발로 전환을 한 임창용이 86.1이닝, 그리고 간간히 선발로 나섰던 한승혁이 88이닝을 던졌다. 김윤동은 불펜으로 나와서 선발에 육박한 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로 봐도 많다. 올해 25홀드로 홀드왕에 오른 롯데 오현택이 64.2이닝, 24홀드를 찍은 넥센 이보근이 61이닝을 던졌다. 그에 비해 김윤동은 홀드 개수는 더 적은데 20이닝 이상을 더 던졌다.

김윤동도 그렇지만, 임기준도 비슷하다. 과부하는 더 심했다. 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뛰었다. 올해 55경기에 나서 5승 1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이닝은 56이닝을 채웠다.

김윤동에 이어 팀 내 불펜진 이닝 소화 2위다. 임기준의 경우, 왼손 투수다보니 이닝은 적어도 등판 횟수가 많았다. 특히나 팀이 5강 경쟁을 하는 후반기 들어 출장이 급작스레 증가했다.

3, 4, 5월까지 14경기 8이닝에 그쳤지만 6월 들어 9경기 11.1이닝을 찍었다. 7월에도 10경기 10.1이닝을 던지더니 8월에는 4경기 나와 7.2이닝을 소화했다. 점점 이닝이 많아졌다.

결국 막판 5위 경쟁이 점입가경인 9월에는 13경기 12.1이닝, 10월에는 5경기 6.1이닝을 찍었다. 후반기에 몰아서 많이 던졌다. 시즌이 끝나고 김윤동과 임기준, 두 선수를 두고 혹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 혹사의 기준이 있을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고 몸 상태가 다르다. 어떤 선수는 80이닝을 던져도 괜찮지만, 어떤 선수는 50이닝을 던져도 아프다.

김윤동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80이닝을 버텼다. 2년 연속 던졌기에 피곤이 쌓일 수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해 김윤동이 던질 수 있는 최대 이닝이 80이닝 전후라고 보면 된다.

터무니 없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면 김윤동은 80이닝을 소화를 할 수 있는 '이닝 먹어주는 불펜 투수'가 됐다. 물론 마무리로 키울 생각이면 정확히 1이닝을 딱 지켜서 던지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KIA 뒷문 상태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1~2이닝 길게 소화가 가능한 투수가 필요하다. 이것도 김윤동 만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이다.

임기준은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닝은 확실히 늘어났지만 그만큼 팀 내 불펜진 중에서 구위가 가장 좋았다. 왼손 투수라는 장점을 갖고 있고 예전에도 선발로 뛸 수 있는 몸을 차분히 만든 경험이 있다.

두 선수를 무조건 혹사라고 단정 지어서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어쨌든 2018시즌 KIA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불펜이 바로 김윤동과 임기준이었다. 실력이 좋았으니 기용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두 선수는 올해 연봉 인상률이 팀 내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열심히 던졌고 잘했으니 받는 것이 맞다. 던지지도 못하고 연봉이 그대로 굳거나 자칫 팀에 필요 없는 선수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혹사라는 단어는 선발, 그리고 성적에 좌우된다. 선발이 약하면 어쩔 수 없이 불펜이 고생한다. 올해 KIA는 양현종, 헥터를 빼고 긴 이닝을 던진 선발이 없었다. 선발의 아쉬움이 불펜 혹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우승하면 혹사라는 말이 덜 나온다. 작년이 그랬고 올해는 아니었다. 팀이 못하면 책임을 돌려야 할 감독의 마운드 운용, 그리고 혹사라는 비난의 화살을 쏘는 것이 가장 쉽다.

예전 김성근 시절의 한화가 그랬고 올해 KIA도 김윤동과 임기준에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혹사의 이면에는 신뢰가 있다. 동전의 서로 다른 면,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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