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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11년 만의 가을 야구. 한화에게 2018시즌은 말 그대로 특별한 해였다.

10년 간의 암흑기 동안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외부 FA 영입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았다. 또한 통산 승수 1, 2위에 올라있는 김응용, 김성근 감독을 차례로 영입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가을야구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투자 규모를 줄이고,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던 올시즌 믿기 힘든 드라마를 작성해냈다.

한용덕 감독을 비롯한 이글스 레전드 코칭스태프들의 집결이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한 감독을 이글스 정신의 구현을 위한 적임자로 판단한 인물이 바로 박종훈 단장이었다.

김성근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 한화는 현장과 프런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달랐다. 소통의 부재 속에 팀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한화는 박종훈 단장과 한용덕 감독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고, 팀의 재건을 위해 초석부터 새롭게 다지는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박종훈 단장은 시즌 내내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전면에 나섰던 모습과 달리 철저히 그림자 역할에 충실하며 한 감독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했다. 한 감독에 대한 굳건한 신뢰 속에서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비해 전력의 깊이를 단단히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 올시즌 한화 야구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모습보다 매 경기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했고, 2017시즌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전력에 큰 힘을 보태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지난 2일 한화의 팬 미팅 행사인 독수리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박종훈 단장과 2018시즌 독수리 군단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순간들을 함께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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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한 승률은 4할5푼, 나 역시도 깜짝 놀라”

박종훈 단장은 먼저 11년 만의 가을잔치에 초대를 받았던 올시즌을 다음과 같이 돌아봤다.

“여러 가지 변화가 많았던 시즌이었고, 계획보다도 이룬 것들이 많았습니다. 또 예상보다 좋은 선수와 팀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용덕 감독의 일관성 있는 팀 운영이 올시즌 우리가 가장 크게 얻었던 수확이 아닐까 싶어요. 그것으로 인해 팀 전체가 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 감독 부임 첫 시즌 박종훈 단장도 팀 성적과 관련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보다 팀 전력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였고, 실제 FA 내부 단속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전력 보강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저도 많이 놀랐어요. 사실 올시즌 우리의 예상 목표는 승률 4할5푼이었습니다. 포스트시즌보다는 뎁스 확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때문에 이번 결과를 통해서는 엄청난 수확을 이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박 단장은 본인이 가장 강조했던 이른바 ‘뎁스(depth)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그 부분은 잃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리고 건강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성장하는 것이 뎁스 확장의 의미라고 한다면 초반 경쟁 구도에 의해 축으로 있던 선수들이 많은 부분에서 활약을 해줬죠. 그 때문에 오히려 뎁스 확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젊은 선수의 기용 폭은 좁아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충족시키기 위한 진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박 단장은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폭이 좁았을 뿐 올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분명 의미가 있는 성과였음을 강조했다.

특히 투수 쪽에서는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활약한 박상원, 당찬 신인의 패기를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보였던 박주홍, 미래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잠재력을 보여준 김성훈, 이 밖에도 김범수, 서균, 김진욱, 김진영, 김민우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야수 쪽에서는 최재훈과 함께 안방을 든든히 지킨 지성준, 정근우의 후계자로 가능성을 보인 정은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장진혁, 이동훈, 김태연 역시 향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모두 열거하지 못했을까 걱정이 될 만큼 1군 무대를 경험했던 우리 젊은 선수들 모두가 뎁스 확장의 주인공이었고, 이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줬기 때문에 이만큼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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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냉대? 내가 욕먹어도 바꿀 것은 바꿔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돋보인 2018시즌이었지만 반대로 큰 변화의 과정에서 진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정우람, 이성열 등 투타에서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 중고참 선수들도 있었으나 베테랑들의 전반적인 활약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한용덕 감독은 비슷한 실력일 경우 젊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부여했고, 상황에 따라 고참들의 아쉬운 경기력에 직설적인 발언을 남길 때가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송광민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프런트 쪽에서도 시즌에 앞서 고참 FA 선수들과 오랜 줄다리기를 펼치는 한편 시즌을 마친 뒤에도 베테랑들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이어갔다. 이러한 결단을 지지한 한화 팬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베테랑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면 사실 제가 생각하고 진행한 것 중 섭섭함을 느낀 선수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야구인이자 야구 선배로서 참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박 단장은 베테랑이라고 해서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구단에서 지향하는 선수, 존중할 수 있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는 뜻이다.

“리그가 타격 쪽, 특히 장타 쪽에서의 높은 평가로 인해 점점 기형적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수비에 치중을 하고 빠른 모습을 보여야 할 선수, 즉 잔스텝과 잔근육을 키우는데 초점을 둬야 할 선수들마저도 큰 걸음과 큰 근육을 만드는 준비를 하다 보니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났고,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부분이지만 리그의 발전, 건강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아픔이 있고 내가 욕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팀 내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도움이 된 베테랑들이 많았던 점을 인정하지만 분위기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를 줄 필요성은 있었다는 것이 박종훈 단장의 생각이다.

엄격한 기준이 단지 베테랑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성시헌의 경우 한화가 지난해 1차 지명한 신인이지만 한 시즌 만에 방출을 결정한 케이스다.

박 단장은 이와 관련해 “다른 어떤 의미는 없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우선 지명으로 선수를 뽑았고, 그 선수를 1년 만에 전력에서 제외한 것은 분명 부족한 점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하며 젊은 선수들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재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②편에서 계속]
한화 박종훈 단장이 밝힌 FA 철수 이유와 새 시즌 부담감[결산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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