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로 프로야구단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구단마다 보류선수 줄이기에 나섰고, 이미 외국인 선수 몸값(연봉, 계약금 등 포함) 상한선은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원)로 정해졌다. FA(자유계약선수) 몸값 인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의 반대로 좌절됐다.

경기(景氣)는 해마다, 혹은 몇년마다 등락을 반복한다. 이걸 예상치 못한다면 CEO(야구단 사장)의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야구단 경영은 주먹구구식이다. 어떤 때는 금고를 활짝 열었다가 어떤 때는 금고를 거의 잠그다시피한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다. 최근 3년간 이대호 150억원을 포함해 486억원을 쏟아 부었으나 올해 5강 문턱에 다다르다 말았다. 올 스토브리그 때도 대어들이 몇 있지만 금고 문을 열지 않는다.

올해 시즌 막판 KIA전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되자 롯데 선수들이 침울하게 그라운드로 걸어나오고 있다.

사장과 단장은 책임을 묻지 않고 대신 감독을 교체했다. 10년간 6번째 감독 바꾸기다. 비싼 몸값의 선수들이 많으니 감독이 책임을 지고 5강 이상에 올려 놓으라는 구단주의 무언의 지시다.

2년 전 이대호와 4년간 총액 150억원에 계약했을 때 구단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대호 이전 최고액은 윤석민(기아)의 90억원이었는데, 150억원으로 66.7%나 크게 인상시키면 몸값 인플레가 된다는 걸 몰랐을까? 다른 구단의 입장은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선수도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거액을 받게 되면 훈련을 등한시하게 되고 투지가 실종된다. 김성근 감독은 “FA계약을 한 선수는 배부터 나온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대호가 바로 그 케이스다.

그러므로 FA 계약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1년전 강민호와의 FA 계약을 포기했을 때 1년후 양의지(두산) 영입을 바로 염두에 뒀어야 했다. 넘쳐나는 외야 자원인 민병헌을 80억원에 데려 오는 바람에 양의지의 ‘양’자도 사장이나 단장 입에서 꺼내지 못할 구차한 입장이 됐다.

FA 최대어로 평가되는 양의지가 한국시리즈에서 홈을 밟은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감독 계약시도 마찬가지다. SK는 지난달 염경엽 전 단장과 감독 계약을 하며 연봉 7억원을 줬다. 이전 최고액은 류중일(LG), 김태형(두산), 김기태(기아) 감독의 5억원이다.

연봉을 많이 주는 건 구단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연봉을 7억원으로 이전 최고액보다 40%나 올리면 다른 구단에 미칠 파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 3000만, 4000만원짜리 선수를 대거 내쫓아 내며 감독에게 수억원을 펑펑 쓰면 야구계 앞날을 제대로 내다보는 조치일까?

80억원이면 4000만원짜리 선수 200명을 기용내지 육성할 수 있다. 80억원짜리 FA 선수가 과연 200명 기대주와 맞먹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경제 논리로 따지면 기가 찰 일이다. ‘일자리 창출’과도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고, 갑자기 유니폼을 벗은 10개 구단의 70명 넘는 방출 선수들이 사회적으로 ‘문제아’가 될 소지는 없을까?

염경엽 감독은 2013년부터 4년간 연속으로 약체 넥센 히어로즈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SK 구단이 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의 단순한 기대감으로 이처럼 염감독에게 연봉을 많이 주는 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 연봉은 5억원으로 묶으며 계약금을 더 주든지, 아니면 한국시리즈 우승시 보너스로 몇억원을 추가 지급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다시 말하면, 구단주의 선심이든 어떻든 감독, 코치, 선수의 연봉을 후하게 책정할 때는 시장 상황을 잘 살피고, 타 구단의 사정도 고려하는 게 야구단 경영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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