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시즌이 끝났는데 5강 탈락 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하루 이틀 휴식후인 16,17일 일본으로 일제히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한국시리즈(KS) 진출 팀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KS가 종료됐는데, SK와 두산의 주전 일부는 나란히 16일 일본 캠프로 출발했다.

왜 이처럼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서둘러서 마무리 훈련을 떠날까?

바로 12~1월을 비활동기간으로 묶은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정 때문이다. 2개월간 단체 훈련을 할수 없으므로, 11월말까지 최대한 집중적으로 훈련을 마치기 위해 10개 구단은 저마다 일본행을 서둘렀다.

염경엽 SK 감독(왼쪽) 일본 마무리 훈련에서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SK 제공

그런데, 마무리훈련은 득(得)일까 독(毒)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득보다 독에 가깝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운동 선수도 마찬가지다. 6개월 반 동안 온힘을 다해 힘들게 시즌을 보냈으면 최소 한달은 휴식을 취하는 게 다음 시즌을 위한 ‘지혜로운 대비’다. 예를 들어, 칠판 가득히 글이 씌어져 있다면 칠판을 깨끗이 지우고 새로이 공부를 하는게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숨을 헐떡이며 42.195km의 풀코스 마라톤을 마쳤는데, 마무리로 1km를 더 뛴다? 인체공학적으로는 미친짓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야구도 스프링캠프~시범경기~페넌트레이스로 이어지는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면 훈련 없이 충전 기간을 가져야 컨디션이 제대로 회복이 된다.

무리를 하면 다친다는 건 부상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시즌이 끝나면 바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프리미어12에 참가해 역투를 하다 부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건’ 박세웅(롯데), 장현식(NC)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런 대회에는 절대로 1군 주전이 참가하면 안 된다. 2군 유망주가 나가서 우승하면 좋고 못하면 그만이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프리미어12 등 ‘곁가지 대회’ 출전으로 페넌트레이스라는 몸통이 훼손된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시즌이 끝나고 다음해 1월까지 거의 3개월간 단체 훈련을 쉬어야 한다는 주장에 각팀 감독이나 구단 관계자는 펄쩍 뛸 것이다. “누구 망하는 꼴 보겠느냐”며.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즌 마지막날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다음해 보자!”며 작별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간 미뤄왔던 여행, 사냥, 골프, 낚시, 카드놀이 등에 한두달 푹 빠진다. 그리고 “그간 잘 놀았네, 이제 슬슬 몸 풀어볼까~”라고 생각하는 즈음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우리도 1군 주전급이면 만사를 제치고 푹 쉬며 가족여행, 친구들과의 술 한잔, 자선행사 참가 등으로 야구를 깡그리 잊는 게 좋다. 한두달 뒤 야구가 생각날 때 체계적으로, 또 집중적으로 훈련에 몰두하는 게 재충전의 올바른 프로그램이다(몇명 의기투합해 괌이나 사이판으로 개별 훈련을 떠나든지 출신교 후배들과 합동훈련을 하면 됨).

웬만한 팬들은 2년 전 한화 마무리 훈련 때 김성근감독이 ‘팀의 주력’인 김태균, 정근우에게 지쳐 쓰러질 때까지 펑고를 날리는 ‘지옥 펑고’ 장면을 방송이나 신문 기사를 통해 봤을 것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일본 마무리훈련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한화 제공

이듬해인 2017시즌 그 둘의 성적은 어땠을까. 나란히 부상과 부진으로 5년 연속 이어오던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팀에 보탬이 되질 못했고, 한화는 8위로 추락했다(김태균 94경기, 정근우 105경기 출전). 한화 한용덕 감독은 최근 마무리훈련에서 일부 선수에게 ‘지옥 펑고’를 실시해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김성근감독의 그림자가 겹쳐 지는 건 왜 일까?

롯데 신임 양상문 감독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마무리 훈련의 강도를 높이는 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내년엔 반드시 5강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캠프의 휴식 관례인 ‘4훈(4일 훈련) 1휴(1일 휴식)’의 관례를 깨고 ‘5훈 1휴’의 무리한 일정에다 맹훈련으로 몰아붙여 선수들은 힘들어한다. 일부 고참선수는 “손바닥이 까질 정도로 훈련을 세게 하기는 처음이다”라는 볼멘 소리까지 한단다. 과연 11월의 지옥훈련이 내년에 효과가 날까?

스포츠 생리학자들은 선수들이 마지못해 훈련할 때 보다, 자발적으로 또는 의욕적으로 훈련할 때 효과가 40%나 오른다고 한다. 2년전 한화처럼 롯데도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을까 적이 염려된다.

메이저리그식으로 시즌 종료후 3개월을 쉰다고 감독이나 구단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웬만한 주전들은 FA(자유계약선수) 몸값(계약금+연봉)이 수십억원에 달하므로 선수들이 알아서 몸을 만들며 스프링캠프에 대비한다. 내년엔 마무리훈련때 과감하게 1군 주전을 한명이라도 대동하지 않는 감독이 나올까? 그것이 벌써 궁금하다.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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