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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방출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말 한마디를 꺼내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의 파장이 크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임창용(43)이다.

스포츠한국은 방출 이후 공개적인 노출을 꺼려하고 있는 임창용과 어렵게 접촉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대한 말을 아끼는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임창용은 지난 10월 24일 소속팀인 KIA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친정팀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때 받은 충격은 상당히 컸다.

올해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 37경기에 나서 5승 5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42를 기록했다.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성적은 아니다.

작년에 FA 자격을 갖추고도 권리를 포기할 정도로 FA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임창용이다. 그래도 올해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현역으로 계속 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조계현 단장은 젊은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기조를 이유로 임창용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당시에 그는 "더 할 수 있는데…, 어떻게든 KIA에서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섭섭했다"라며 여간 아쉬워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내내 임창용의 방출은 큰 이슈였다. 그렇지 않아도 타이거즈 팬들은 작년 챔피언에서 올해 5위로 무너진 팀 성적에 대한 실망감과 김기태 감독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는 와중에 임창용 사태가 터지면서 제대로 불이 붙었다.

김기태 감독과의 불화설이 방출 원인이라고 지목되자 팬들은 팬 감사 행사인 '호랑이 한마당'이 열리는 날, 챔피언스필드 앞에서 김기태 감독 퇴진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까지 가서 감독 퇴진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 감독이 직접 팬들 앞에 나서서 해명을 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임창용도 복잡한 심경을 몇 차례 조심스레 드러냈는데, 오히려 감독과의 불화설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자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방출 사태가 벌어지고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임창용은 성남 판교에 있는 집에서 머물며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한 새로운 팀에서 언제든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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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은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꾸준히 런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현재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컨디션은 아주 좋고, 충분히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며 "가능하면 KBO리그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다른 팀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현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창용은 KIA에서 나온 후, 질롱코리아가 아닌 호주리그의 한 팀에서 뛰는 것을 제안 받았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깊게 고민했지만 한국에서 다시 기회를 잡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동안 몇몇 구단과 접촉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테이블을 차린 구단은 아직 없다고 했다. 워낙 논란이 컸기에 자신을 데려갈 수 있는 팀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임창용은 "저를 아끼고 좋아하는 팬들이 계시지만, (오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다"라며 입을 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자신을 부르는 구단이 없으면 다음 수순은 은퇴다. 임창용의 에이전트도 "몇몇 구단과는 접촉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는 것도 고려를 해야 한다"라는 말로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창용은 "은퇴"라는 말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알아보겠다는 생각이다.

'어떤 팀이든 갈 수 있는 곳, 뛸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아주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임창용. 내년 시즌 그를 마운드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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