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이 1-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2루서 양의지의 좌전안타가 나오자 3루 주루코치 공필성은 주저없이 팔을 돌렸다.

무사인데다 2루주자 김재환의 걸음이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좌익수 김동엽의 어깨가 형편없었기 때문. 김동엽은 홈 송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3루수 커트맨에게 느슨하게 중계해 김재환은 쉽게 홈인했다.

만약 김동엽의 어깨 힘이 보통만 됐어도 홈에서 주자를 아웃시켜 SK는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SK가 한국시리즈 5차전 승리로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선 가운데 외야수의 송구능력 부족으로 흥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 좌익수의 형편없는 송구는 7일 3차전에도 나왔다. 두산이 0-4로 리드당한 5회초 1사 2루, 김재환의 짧은 좌전안타가 터져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2루주자는 ‘이대호급’으로 발이 느린 양의지. 하지만 3루 공필성 코치는 사정없이 팔을 돌렸고 양의지는 포수의 태그 방해도 받지 않고 여유있게 홈에 들어갔다.

좌익수 정의윤 역시 김동엽과 마찬가지로 어깨가 안좋아 홈으로 직접 송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정의윤, 김동엽뿐 아니라 요즘 각팀 외야수중 포수에게 최소 투바운드로 정확하게 송구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 야구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2,3루 주자의 ‘홈 저격’은 때에 따라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버나디나(기아), 로하스(KT) 등 외국인 선수말고는 홈으로 제대로 송구할 수 있는 국내 외야수가 없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1983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서비스 행사 때, 홈에서 공을 던져 외야 담장을 훌쩍 넘긴 양승관(전 삼미 선수, 전 NC 코치), 포수 출신으로 우익수를 맡아 빨랫줄 3루, 홈 송구로 곧잘 주자를 아웃시킨 신언호(전 MBC-LG, 배재고 감독)가 그립기까지 하다.

어깨힘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후천적 트레이닝으로 얼마든지 강화시킬 수 있다. 중-고-대학에서 제대로 훈련을 못 받았다 하더라도 프로 입단후 ‘파워 기르기’가 충분히 가능한데도 각팀에서 이를 등한시하는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앞 분수광장. 홍명보(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최용수(FC 서울 감독), 김병지, 송종국 등 국가대표 선수 출신 인사들을 포함한 축구인 300여명이 모여 아산무궁화 축구단 존속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였다.

경찰청이 2023년까지 의경 제도 전면 폐지의 일환으로 한국 프로축구 연맹에 선수 선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함에 따라 무궁화 축구단이 전면 해체 위기에 놓이자 선배들이 발벗고 나선 것.

야구도 축구와 마찬가지로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경찰 야구단 선수 모집 중단을 통보받았으나 야구계는 남의 일인듯 뒷짐을 지고 있어 팬들의 비난이 일고 있다.

경찰청의 내년 축구선수 모집 중단 방침으로 해체 위기에 몰린 아산무궁황 축구단 살리기에 나선 축구인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청 야구단이 없어지면 야구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지금 열리고 있는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정수빈 양의지(이상 두산)를 비롯, 최형우 안치홍(이상 기아), 민병헌(롯데) 등이 모두 경찰청에서 멋지게 선수 생활을 이어간 덕분에 스타 플레이어가 됐고 프로야구 수준을 드높이고 있다.

경찰청 야구단은 신규 모집이 중단됨에 따라 내년 20명으로 팀을 꾸리게 됐다. 게다가 5,6명은 부상과 컨디션 부진으로 정상 훈련을 할 수가 없어 14,15명으로 내년 퓨처스리그에 힘겹게 참가하게 된다.

이런 다급한 상황인데도 선수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중견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 은퇴선수협회는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그 많은 야구 해설위원들도 방송중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다. KBO도 공식적인 대응만 할뿐, 거센 항의는 자제하고 있다. 경찰청 유승안 감독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축구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 현역 프로팀 감독까지 시위에 참여했는데, 야구는 수수방관의 허망한 자세다.

야구인들이 평소 타 종목 인사들에 비해 잔머리를 많이 굴리고, 자신의 이익에만 민감하고, 행동력이 없다고 비난받던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이 있다. 지금이라도 KBO와 전 야구인들은 ‘경찰청 야구단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청 존속’의 글을 올린 이는 야구인이 아니라 평범한 야구팬이라는 점은 모든 야구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참으로 낯이 뜨겁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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