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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베테랑 덕분에 우승을 했지만 의존도가 너무 강하다. 언제까지 이범호, 김주찬, 임창용을 외쳐야 하나.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고 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선수는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하다. 올해 이렇게 잘했는데 은퇴를 왜 하나. 그렇다고 구단이 은퇴를 강제로 종용하는 것은 더더욱 맞지 않다. 그럼 답은 하나다. 작별이다.

'선수' 임창용은 대단한 인물이다. 해태, 삼성, 일본 야쿠르트, 미국 시카고 컵스, 삼성, 그리고 KIA를 거치며 24년째 프로에서 뛰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43살이다. 신기할 정도다.

그럼에도 올해 10년 넘게 했던 마무리 보직을 두고 후반기에 선발로 전환, 팀의 5강 합류에 공을 세웠다. 1976년생,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 이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시즌 도중에 갑자기 선발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럼에도 이를 해냈으니 임창용이 가진 재능은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하다.

이러다보니 임창용이 하는 작은 언행 하나도 팀 내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42살의 전설적인 선수 아닌가. 그런 선수가 옆에 있으니 자의든 타의든 좋든 나쁘든 팀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이는 팀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이 보기에 당연히 부담스러운 존재다. 더욱이 KIA는 감독이 젊다보니 코치진도 젊다. 이대진 코치가 1974년생, 임창용보다 두 살 더 많을 뿐이다. 컨트롤 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김기태 감독과 임창용의 6월 불화설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각자의 입장을 드러냈고 결과적으로 각자 원하는 것을 얻었다. 임창용은 선발 보직, 김기태 감독은 5위를 챙겼다.

임창용이 선발을 원한 것은 맞다.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기에 불펜보다 몸 관리를 하기에 편하다. 어쨌든 감독은 베테랑에 기회를 줬고 임창용은 이를 나쁘지 않게 소화했다.

많은 이들의 의견처럼 6월에 불화가 있었다면 그 시기에 곧바로 방출을 시키거나 정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성적을 내야하니 어설픈 동행으로 끌고 간 것에 대한 비난은 김 감독이 감수해야 한다.

핵심은 감독과 선수의 불화설과 깨진 팀워크다. '어깨 담'으로 '불화'를 덮기엔 무리다. 눈이 한두 개인가. 그냥 선수도 아니고 임창용이다. 안고 갔어야 했다. 김기태 감독이 곱씹으며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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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도 감안해야 한다. 친정 타이거즈에서 은퇴,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길 원했다. 하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불만을 꺼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그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팀이 원하지 않는데 남아 있으면 더 초라하다. 기회도 부여받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은퇴를 하기엔, 임창용이 올해 보여준 건재한 이미지와 실력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선수는 개인사업자다. 그럼 본인이 뛸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 맞다. 타이거즈 역시 선수 개인을 위해 팀 기조를 억지로 바꿀 필요는 전혀 없다. 변화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실행하면 된다.

구단도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풀어준다. 이제 어떤 팀이든 불펜에 약점을 가진 팀이라면 임창용을 데려가서 유용하게 쓰면 된다.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면 최소한의 논란으로 끝났을 것 같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과 임창용 모두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타이거즈 팬이다. 이들이 누군가. 최고의 야구팬, 충성심 하나는 10개 구단 최고라 자부하는 이들이다. 팀을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

레전드 임창용을 다른 팀에서 보고 싶지 않은 팬들, KIA보다 삼성에서 더 많이 뛰고 해외에서 더 활약한 것이 사실임에도 그래도 친정팀이 챙겨줘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창용을 바라봤다.

그러나 팀이 5위로 시즌을 끝내자 감독에게 쌓여있던 아쉬움의 도화선에 임창용 방출이라는 불이 붙으면서 팬들의 분노가 제대로 터졌다. 상황이 완벽하게 반전이 됐다.

표면상 '리빌딩'으로 조용히 끝나는 것이 최상이였다. 하지만 사태가 커지고 팬들의 시위까지 이어지자 선수도 감독도 불화설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 되면서 모양새가 틀어졌다. 둘 다 난감한 상황이 됐다.

그렇게 임창용은 타 팀이 데려가기에 부담스러운 선수가 됐다. 강하게 박힌 타이거즈 이미지, 42세 베테랑, 감독과 불화설, 원정도박파문과 무면허운전 등, 왜 KIA가 코치직 제안 대신 방출을 결정했을까. 자초한 것도 있다.

김기태 감독도 마찬가지다. 진위 여부를 떠나 선수와의 불화설은 사령탑에게 치명적이다. 올해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동행'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야구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 팬은 목소리를 자유롭게 꺼낼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극에 달한 과한 애정은 결코 선수와 구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저 독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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