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던지고픈 임창용과 독한 리빌딩 단행한 김기태 감독…불화설과 어색한 동행, 씁쓸한 마무리가 아쉬운 타이거즈 팬들

임창용,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진흙탕 싸움이 됐다. 누가 봐도 별로다. 이제 와서 누가 맞고 누가 틀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선수는 더 던지고 싶고 감독은 팀을 변화 시키고 싶다. 어쨌든 임창용은 떠났고 김기태 감독은 비난을 받고 있다.

팬은 마음으로 야구를 보고 타이거즈를 보고 선수를 본다. KIA는 전국구 인기팀이다. 잘해도 쓴소리, 못해도 쓴소리다. 그런데 타이거즈를 친정으로 삼았던 KBO리그 레전드가 토사구팽 식으로 팀에서 나갔다. 성질이 나고 화가 난다. 그간 감독에 쌓였던 아쉬움이 제대로 터졌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임창용과 이별하기로 결정을 했을 때,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단장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작년 챔피언이 올해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지만, 넥센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 변화의 바람은 어쩔 수 없었다.

토사구팽이라 말해도 김 감독과 조 단장이 당당하게 변명할 수는 없다. 후반기 선발로 전환, 팀 5강 싸움에 큰 역할을 해줬다. 10년 넘게 마무리로 뛰다가 선발로 가서 제 몫을 했으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감독은 마음으로 야구를 보지 않는다.

김기태 감독은 현실로 타이거즈를 본다. 내년 팀 마운드 구상을 해보자. 일단 선발부터. 헥터 재계약 여부는 미정이지만, 일단 외인 두 명이 들어간다. 그리고 양현종이 들어간다. 5선발 가운데 벌써 세 자리가 채워진다. 올해 선발로 뛴 임창용에게 다시 불펜이나 마무리로 돌아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내년에도 선발로 기회를 주면 남은 것은 한 자리다. 어쨌든 2017년 우승에 기여했고 올해 선발로 뛰었던 임기영을 포함시키면 선발 로테이션의 빈 자리는 없다. 선발로 키워야 하는 젊은 선수들의 자리가 하나도 없다. 조계현 단장이 말하는 '기회'라는 부분 중 하나다. 리빌딩 자체가 시작부터 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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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과 임창용의 사이에 불화를 떠나 어쨌든 임창용은 스스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했고 김기태 감독은 김응용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타이거즈 3년 연속 가을야구(2004년 김성한 전 감독은 도중 사퇴)를 완성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지 않나. 올해 5위를 했어도 어쨌든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감독이다.

10개 구단 가운데 김기태 감독 아니면 누가 임창용을 선발로 기용할 수 있을까. 임창용도 원정도박파문 이후 선수 생활을 그만둘 위기에 놓였지만 그래도 데려온 것이 타이거즈였다. 친정이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KIA도 임창용도 최소한의 비난으로 여론을 덮고 서로를 품었다.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단장이 비난을 받는 것은 두 사람이 안고 가야 할 짐이다. 김 감독도 28일 시위에 나선 팬들을 피할 수 있음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나선 이유다. 토사구팽은 누가 봐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수는 더 던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팀은 기회를 줄 수 없다. 그러면 나가는 것이 맞다. 나이는 많아도 여전히 건재한 임창용의 이미지, 결국 KIA에서 뛰었기에 얻을 수 있었다.

임창용이 무조건 약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초한 것도 있다. 코치직도 아무에게나 제안하지 않는다. 팬들의 비난 포화가 감독에게 집중되는 것을 보면 감독 역시 무조건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 임창용은 딴 팀으로 가면 된다. 타이거즈 레전드도 좋고 은퇴식도 좋지만, 뛰지도 못하는데 등 떠밀려 은퇴하면 더 슬프다. 선수는 한 시즌이라도 더 뛰는 것이 우선이다.

그에 비해 김기태 감독은 이제 벼랑 끝이다. 우승, 그리고 5위다. 여론도 좋지 않다. 임창용을 내보내고 최소한의 성적을 내지 못하면 김기태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내년 시즌이 벌써부터 위기, 시작부터 틀어진 셈이다. 김기태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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