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분전에도 아쉽게 7위에 그친 롯데, 창단후 처음 최하위로 처진 NC. 나란히 감독을 바꾸며 면모일신을 꾀하지만 과연 뜻대로 중상위권 도약이 가능할까?

*먼저 롯데. 롯데는 정치판처럼 ‘올드보이의 귀환’을 택했다. 2004~2005 두 시즌을 지휘했던 양상문 전 LG 단장(58)을 13년만에 다시 불러 들였다.

조원우 전 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지 못하며 감독 교체의 소문이 파다했는데 왜 양상문을 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양상문말고 지역 출신으로 사령탑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 감독을 해임시킨다면 내부 승진이 우선이지만 팀내 코치 중에는 감독감이 없다는 게 롯데 프런트의 설명이다. 이점은 매우 아쉽다. 코치들이 감독으로 승격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불꽃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코치들은 금방 교체되는 감독보다 생명이 긴 코치를 희망하는 경향이 있어 프런트는 외부에서 감독을 영입하지 않을수 없었다.

롯데 코치들이 ‘가늘고 긴 처세술’을 택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0년새 감독이 6명일 정도로 자주 교체되다보니 감독직은 기피 직종이 되고 있는 것. 2년이 채 못되는 기간에 중도사퇴하고 야구계에서 아웃되느니 코치직을 오래 하는게 낫다는 판단이다(감독 사퇴후 KBO 경기운영위원 등으로 활동을 할순 있지만 자리가 별로 없음).

롯데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양상문 전 LG 단장(가운데).

일부 보도는 양상문 LG 단장이 팀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다음날 ‘우연한 일치’로 롯데 감독에 선정됐다고 했는데 이건 너무나 순진하고 어이없는 발상이다. 감독도 아닌 단장이 성적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경우는 프로야구 37년 역사상 유례가 없다.

롯데에서 제의가 오니 단장직을 내놨고, 바로 다음날 계약을 한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까. 필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롯데 그룹 고위층에서 ‘조원우 해임과 양상문 영입’을 구단에 지시해 신속히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 과연 ‘양상문 카드’는 적중할까. 일단 그가 남긴 성적으로 보면 썩 긍정적이지 않다. 양 감독은 롯데 시절(2004~2005) ‘8→5위’를 기록했고, LG 때(2014~2017)도 ‘4→9→4→6위’로 6년간 하위권 세 번에, 플레이오프에는 한번도 진출못했다.

감독 계약 직후 인터뷰도 다소 실망스럽다. 팀 전력 파악이 안된 탓이긴 하지만 “젊고 강한 투수 육성, 전(全) 투수의 필승조 운용, 수비력 강화" 등 두루뭉실하게 언급했다. 주력 포수로 키울 안종열은 공격력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해 본인이 들으면 매우 섭섭할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타격 재질이 있어 공수를 겸한 포수로 키우겠다”고 했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

롯데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해가 안간다. 감독 출신 단장이라면 한 시즌을 보내며 LG외 나머지 9개팀의 전력은 꿰뚫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롯데는 선발진이 엉망이고 수비력은 최하위이며, 중간 계투진과 타력은 상위권임을 웬만한 롯데 팬들은 알고 있다.

추상적으로 젊은 투수들을 강하게 키운다고 할 게 아니라 “넘쳐나는 불펜 투수와 신인급 중에서 선발진을 두세명 보강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을 했어야 했다. 지난 21일 다저스가 밀워키를 꺾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최고 수훈은 2-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서 2루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크리스 테일러의 ‘슈퍼 캐치’다. 공격과 수비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지 못하면 절대 승리를 쟁취할 수 없다.

양 감독이 팀의 아킬레스건인 ‘수비 강화’ 부분을 인터뷰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다면 더욱 신뢰가 갔을 것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단순한 포부로는 가장 수준 높은 롯데 팬들을 구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37년 롯데 야구 역사를 보면, 감독이 팬들의 수준을 능가하는 선수단 운용과 전략을 내세우고 실행하지 못하면 시즌 초반부터 팬들의 외면을 당해 왔다.

하지만 ‘실패의 경영학’처럼, 두차례 6년간의 사령탑 경험이 양 감독의 최고 자산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관록과 지혜로 팀을 새롭고, 또 강하게 육성시킬 것을 기대해본다.

이동욱 신임 NC 감독.

*NC의 새 사령탑 선임은 ‘소통’에 방점이 찍혔다. 현역 최연소 사령탑인 이동욱 감독(44)은 수비코치 출신이다. NC가 내부 승진으로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이 감독을 선택한 것은 팀을 잘 이해하고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력을 대거 보강하지 않는 한 NC는 하위권 탈출이 힘들어 보인다. 팀내 다승 1위가 7승(왕웨이중, 강윤구)일 정도로 NC 마운드는 힘이 없고 공격과 수비도 하위권이다. 이 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전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데이터가 빛을 발하기 힘들다.

‘새술은 새부대’라고 내년 시즌 멋진 야구장에 걸맞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스토브 리그 동안 구단의 과감한 투자가 요청된다.

*SK는 왜 시즌이 끝나자마자 트레이 힐만 감독의 사퇴를 발표했을까? 힐만 감독의 개인 가정사로 퇴진을 하는 만큼 보안이 철저히 유지될 수 있다.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뒤 발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선수들은 사령탑의 유임 여부에 늘 민감한데 빅게임을 앞두고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만약 큰 전투를 앞두고 사령관이 “나는 이 전투를 끝으로 본국으로 돌아간다. 부디 열심히 싸우자”고 사병들에게 당부하면 사병들의 사기가 올라갈까, 내려갈까?

kt 감독에 내정된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

*KT는 새 사령탑으로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와 계약한다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 직후인 지난 20일 발표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한창 전력강화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두산 감독과 사장의 양해를 얻었다고 하지만, 이건 참 너무하다. 양해해준 두산측도 이해가 안간다.

1년전 한화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두산 한용덕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년 전에는 한코치가 한화 감독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파다했으므로 일찍 발표한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강철 코치가 KT로 가는 건, KT 수뇌부와 이강철 코치가 비밀을 유지하면 새나올 이유가 없었다.

이강철 감독 내정자는 두산 수석코치로 일본 미야자키에서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을 준비하고 있지만, 바로 이웃하는 구장에서 KT가 마무리훈련을 24일부터 하는 상황이면 마음이 콩밭에 가있지 않을까.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KT는 지난 18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한창 진행중일때 김진욱 감독 해임과 이숭용 단장 임명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남의 잔치에 재를 뿌린 격이다. 감독의 인사에 관해서는 휴식일이나 이동일, 시즌 종료후에 발표하는 관례를 깡그리 무시했다.

자신의 팀을 위해 남의 팀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몰상식과 비이성이 판치는 어이없는 풍토, 참으로 할말을 잊게 한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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