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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11년 만의 가을 축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단 이틀 만에 차갑게 식었다. 한화는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등진 채 이대로 허무하게 주저앉고 말까.

한화는 지난 19일과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내리 패했다.

1차전은 타선이 득점권에서 극도로 침묵했고 무리한 주루 플레이가 쏟아지면서 2-3으로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한화가 자랑하는 불펜진마저 넥센 타선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조금 더 집중력을 가졌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기였다. 1차전에 넥센은 기록된 실책만 4개에 달했고, 2차전에서는 넥센 선발 한현희의 제구가 흔들리며 손쉽게 득점권에 주자를 쌓았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무엇보다 더욱 아쉬운 점은 수많은 홈 관중들이 지켜보는 안방에서 연패에 빠졌다는 점이다. 한화가 3, 4차전을 모두 승리하지 못할 경우 결국 대전에서는 더 이상 가을 야구가 열릴 수 없다.

또한 3, 4차전을 잡아도 5차전을 패하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지만 홈 팬들에게는 더욱 미안한 상황이 나오게 된다. 사실상 3연승 외에는 팬들의 실망감을 달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올시즌 한화는 총 73만4110명의 관중이 대전 및 청주 홈구장을 가득 채웠다. 이는 2016시즌 66만472명을 훌쩍 넘어선 구단 역사상 최다 수치였다.

물론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관중도 늘어날 수 있었지만 이들 중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된 10년 간의 암흑기 기간에도 변함없이 뜨거운 성원을 보낸 팬들도 상당수 있었다.

올시즌 KBO리그 전체 관중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한용덕 감독의 언급처럼 한화 홈 구장에서는 열기가 식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선수들 역시 팬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원에 늘 고마움을 드러냈고, 더욱 힘을 내며 지금껏 달려왔다. 이미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허무하게 준플레이오프를 마친다면 결국 그동안 흘려온 선수단의 땀방울, 팬들이 흘린 기쁨의 눈물도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2차전까지의 무기력한 야구를 보여주기 위해 한 시즌 내내 험난한 길을 걸은 것이 아님을 남은 경기에서 증명해야 한다.

올시즌 한화는 한 경기 내에서 수많은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경기가 아닌 한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이글스 정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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