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넥센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8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를 펼친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패하고도 플레이오프 티켓을 손에 넣은 사례는 지금껏 총 4차례 뿐이었다. 확률로는 15.4%(4/26). 물론 준플레이오프가 5판 3선승제로 펼쳐진 시즌만 놓고 보면 그 확률이 36.4%(4/11)까지 올라가지만 여전히 1차전 승리팀이 유리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기선제압을 위해서는 1차전 선발 헤일과 해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타선에서 결정적인 순간 중요한 한 방을 터뜨리는 타자가 나와야 한다.
넥센에서는 단연 박병호가 이러한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올시즌 미국 프로야구 도전을 마치고 넥센으로 돌아온 박병호는 정규시즌 113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43홈런 112타점 88득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 첫 시즌을 보냈다.
물론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4년 연속 지켜왔던 홈런왕의 자리는 올해 김재환에게 넘겨줬지만 격차는 단 1개 차일 뿐이었다. 경기 및 타석수(박병호 113경기 488타석, 김재환 139경기 602타석)를 감안하면 홈런왕을 놓쳤을 뿐 박병호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쳤는지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출루율(0.457)과 장타율(0.718)에서도 압도적 1위에 오르며 충분히 본인의 역할을 다해냈다. 타율마저 4위를 차지하는 등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좀처럼 약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박병호가 화려한 귀환을 알린 반면 한화의 간판 타자인 김태균은 올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에 머물렀다. 단 73경기 출전에 그쳤을 뿐 아니라 타율 3할1푼5리 10홈런 34타점에 그쳤다.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은 간신히 채웠지만 2003년 이후 줄곧 이어왔던 세 자릿수 안타 행진도 막을 내렸다. 자연스럽게 호잉과 이성열에게 해결사 자리도 넘겨줘야 했다.
물론 부상으로 인해 자주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대호 등 다른 동갑내기 간판 선수들과 비교해 훨씬 뚜렷한 하락세를 겪으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한화의 긴 암흑기 동안 김태균은 류현진과 더불어 한화 팬들의 버팀목이자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팀이 어두운 터널에서 마침내 벗어나 축제의 순간을 만끽할 때 그가 주인공에서 밀려나 있는 모습은 한화 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기는 부분이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누가 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를지는 뚜껑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정규시즌 성적으로는 당연히 박병호에게 훨씬 더 높은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단기전, 특히 중요한 무대에서는 간판 타자에게 주어지는 압박감의 무게가 정규시즌과 완전히 다르다.
천하의 박병호도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1타점 1삼진으로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한화전 타율 3할3푼3리 3홈런 11타점으로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첫 홈런왕에 오른 2012시즌부터 대전에서 29경기 타율 2할9푼2리 5홈런 22타점에 머문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김태균은 올해 넥센전 11경기 타율 3할8푼1리 1홈런 7타점으로 강한 모습이었고, 최근 3시즌 동안에도 35경기 타율 3할6푼2리 6홈런 31타점으로 제 몫을 다해왔다. NC와의 시즌 최종전 5-6으로 뒤진 5회 대타로 나서 극적인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점도 고무적이다.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를 한 차례씩 밟아봤지만 끝내 KBO리그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아쉬운 경험이 있다. 올해도 한 명은 가을의 축제를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쳐야만 하는 운명. 과연 구단의 간판이라는 자존심을 건 대결에서 미소를 짓게 될 선수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