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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어차피 우승은 두산’

이를 줄여 ‘어우두’라는 표현이 따라붙을 만큼 두산의 우승은 올시즌 내내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여겨졌다. 시즌 중반 2위팀 감독들이 두산을 쫓는 것을 포기하고 현재 순위를 지키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힐 만큼 두산의 일찌감치 시작된 독주 체제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두산도 2018시즌은 디펜딩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입장에서 출발을 했다. 타 팀 팬들에게는 두산 선수단이 가진 고민이 행복한 푸념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산에 악재 및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먼저 두산은 장원준과 유희관이 지난 3년 동안의 모습과 비교해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장원준은 2015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1승27패 평균자책점 3.51, 유희관은 44승17패 평균자책점 4.29로 리그 정상급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장원준은 3승6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4로 커리어 최악의 모습을 노출했고, 유희관도 9승(8패)을 따내긴 했지만 평균자책점 6.97로 안정감이 크게 떨어졌다.

외국인 투수들까지 시즌 전 모두 교체 결정을 내리면서 두산은 2016시즌 통합 우승에 가장 큰 공을 세운 판타스틱4(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의 도움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가세한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원투 펀치 역할을 확실히 해냈고, 지난해 마무리에서 올해 5선발로 자리를 옮긴 이용찬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덕분에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팀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도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두산은 외국인 타자의 심각한 부진에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파레디스는 초반 21경기 타율 1할3푼8리 1홈런 4타점의 성적표를 남긴 뒤 짐을 꾸렸고, 반슬라이크도 12경기 타율 1할2푼8리 1홈런 4타점으로 역시 최악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반슬라이크까지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 밖에 박건우, 오재일 등 몇몇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 또는 심각한 부진을 겪어 한 때 김태형 감독에게 고민을 안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최주환이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단순한 주전을 넘어 확실한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재환, 양의지도 MVP급 활약을 통해 중심을 확실히 잡았으며,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등이 묵묵히 팀을 이끌었다. 부진했던 선수들이 점차 끌어올린 가운데 경찰청 복무를 마친 정수빈의 가세로 완전체 타선은 물론 수비에서도 빈틈을 찾기 어려운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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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도중 김태형 감독은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상당히 크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늘 취재진 앞에서 당당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좋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속에서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사실 ‘어우두’ 자체가 두산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강팀의 위치에 놓인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적보다 어쩌면 더 무서운 내부 경쟁을 뚫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지난해 아쉽게 내려온 정상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너무 쉽게 우승을 차지해 자칫 감동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이 묵묵히 극복해낸 고비의 순간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위기를 딛고 이뤄낸 그야말로 완벽한 우승이었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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