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은 2007년 인연을 맺은 LG에서만 총 12시즌을 보낸 뒤 정든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LG 봉중근(38)이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부상 재활의 벽을 끝내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남긴 활약만으로도 LG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LG는 19일 “봉중근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결정했다”며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KIA와의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결국 2016년 10월4일 삼성전,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같은해 10월24일 NC전이 봉중근의 마지막 등판으로 남게 됐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2007년 LG에 1차 지명된 봉중근은 KBO리그 커리어를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통산 12시즌 동안 오직 LG 유니폼만을 입고 321경기에 출전했다.

성적 역시 준수했다. 55승46패 109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41 899.1이닝 835피안타 355볼넷 654탈삼진을 기록했다.

봉중근은 선발과 마무리를 넘나들며 팀에 부족했던 부분을 훌륭히 채워온 투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선발투수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04년 장문석, 2005년 최원호, 2006년 심수창이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지기는 했지만 LG는 이 기간 선발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이었다.

봉중근 역시 2007년 첫 해에는 6승7패 평균자책점 5.32로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2년 차부터는 본인의 기량을 확실히 발휘했다.

2008년에는 11승8패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고, 평균자책점 2.66으로 전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투구 이닝(186.1)에서 전체 1위, 퀄리티스타트(18회) 역시 공동 3위로 선발 투수의 덕목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봉중근은 이후 2년 동안에도 두 자릿수 승리 및 3점대 평균자책점, 170이닝 소화를 모두 달성해내며 LG 선발진의 확실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8~2010시즌 동안 32승29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했는데 다승이 다소 부족했을 뿐 각종 지표에서 류현진과 김광현 바로 그 뒤를 잇는 활약을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시즌 LG를 11년 만에 가을 야구로 이끈 봉중근(좌)과 이병규(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2011년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에는 마무리투수로 변신해 뒷문을 확실히 단속하기도 했다.

LG는 2007년 우규민이 30세이브를 수확했지만 이후 마무리 고민이 찾아왔다. 2010년에는 뒷문 강화를 위해 영입한 오카모토가 16세이브를 올리는데 그쳤다.

또한 2011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신영이 8월 이후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99로 활약했지만 2012년 곧장 한화와 FA 계약을 체결해 결국 2011년 선발투수였던 리즈를 마무리로 돌리는 선택까지 내렸다.

그러나 리즈마저 4월13일 KIA전 연장 11회에 4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남기는 등 제구 불안을 노출하면서 결국 봉중근이 4월말부터 본격 마무리 보직을 책임졌다.

봉중근은 미국에서 불펜으로 뛰었던 경험을 살려 이번에도 팀의 약점을 확실히 채웠다. 2012시즌 총 40경기에서 1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했으며 블론 세이브는 단 1회에 그쳤다.

특히 2013시즌은 봉중근 야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55경기에 출전한 그는 8차례 구원승과 38세이브(2위)를 수확했으며 평균자책점 1.33으로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올랐다. 38세이브는 이상훈의 1997년 37세이브를 넘어 LG 구단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봉중근이 중심을 확실히 잡아준 덕분에 2011년까지 중하위권에 줄곧 머물러 있던 LG 불펜 평균자책점도 2013시즌 1위로 올라섰다. 이는 LG가 무려 11년 만에 가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2000년대 후반 짧게나마 선발 투수로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면 2012~2015시즌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가 봉중근이었다. 이 기간 109세이브를 쓸어 담아 손승락(134세이브)에 이어 2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2.42로 10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 중에서는 오승환(1.84), 박희수(2.15) 다음으로 좋은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에이스와 끝판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에서 LG 팬들에게는 김용수-이상훈의 계보를 연결한 선수로 기억될 봉중근이다. 김용수는 통산 613경기 126승89패 227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8, 이상훈은 통산 308경기 71승40패 98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56의 성적을 남겼다.

LG 역사상 봉중근은 다승 9위, 세이브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김용수와 함께 50승-100세이브를 동반으로 올린 유이한 선수이기도 하다. 50승-100세이브는 KBO리그 역사에서도 단 11명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2015시즌부터 기량 하락에 부상까지 찾아오면서 커리어 막바지는 다소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은퇴 전 가장 큰 소망이었던 우승 반지도 결국 손에 넣지 못했고, 선수 생활 마지막 불꽃을 후회 없이 태우지 못한 채 공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나 봉중근은 팀을 위해 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고 스스로를 영원한 LG맨으로 소개했다. 은퇴를 결정한 이후에도 그는 "내가 사랑하는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어 기쁘다"며 LG 팬들이 보내준 과분한 사랑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LG 팬들 역시 은퇴식에서 봉중근이 보여준 그동안의 헌신과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준비를 마쳤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