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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양재=김성태 기자]KBO(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총재가 최근 불거진 병역 논란과 관련해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정운찬 총재는 12일 서울 양재동 야구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8월에 열렸던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관련한 문제에 대한 사과 및 대안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간담회의 주된 취지였다.

정 총재는 "국민 여러분,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야구관계자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대본을 쭉 읽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불거진 선수 선발 및 병역 문제와 관련한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고자 KBO와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구성, 향후 한국 야구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당히 말을 했다.

A4 용지 두 장 정도의 대본을 다 읽고 난 뒤,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야구미래협의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논란의 핵심에 있는 병역 관련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나왔다. 정 총재는 그 질문을 받자 다시 한번 대본을 읽었다.

정 총재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 내에 TF팀을 구성해 국가대표 운영시스템, 야구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 향상 및 부상 방지 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축, 그리고 초중고 대학야구의 활성화 및 실업야구의 재건을 추진하겠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한국야구미래협의회의 여러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연구, 토의하며 자랑스럽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답변을 대신했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협의회'라면 그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연구하고 토의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랑스러운 선수 구성을 하겠다는 말을 했으니 선발 과정에도 개입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조언 정도에 그치는 것인지 그 성격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언제 조직을 만들 것인지, 시기조차 언급이 없었다. 그 조직에 대한 성격과 정의를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 제대로 된 이해가 담긴 설명 대신 쓰여진 대본을 다시 읽는 것 자체만 봐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만든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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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답변 역시 애매모호 했다. 선수 선발에 대해서도 정 총재는 "선수 선발의 전권은 전임 감독에 있다. 이전에 기술위원회에 문제가 많아서 전임 감독제를 했다. 하지만 전임 감독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기술위원회의 역할도 다시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한다.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 협의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위원회의 성격을 겸한다고 해도 무방한 발언이다.

대안으로 내놓은 이 조직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책임지고 운영을 할 것인지, 초충고 대학야구의 활성화 및 실업야구의 재건을 추진하는 것부터 국가대표 선발까지 다 한다는 것인지, 아마에서 프로까지 한국 야구의 모든 것을 관장하겠다는 것인지,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뜬구름 잡기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병역 논란에 대해서도 정 총재가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긴 어렵다. 정 총재는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가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니, 그 방침에 따르겠다"라는 말만 수동적으로 되풀이 한다. 대안으로 내놓은 조직에서 선발 과정은 돌아보되, 향후 병역 관련된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 다룰 것인지는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해가 없으니 정 총재의 발언은 오락가락이다. 불거진 논란을 불식 시키고자 급하게 만든 것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화룡점정은 또 있다. 관중 수가 줄고 리그의 인기가 하락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가 올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보다 관중 감소 폭이 더 컸다며 방어하기도 했다.

팩트를 가져올 정도로 다급했던 KBO다. 하지만 당장 눈 앞의 관중 수 하락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어설픈 대안, 병역 문제와 관련된 애매모호한 답변, 그리고 논란에 대응하고자 2014년과 2018년, 무려 4년 전의 자료를 가져와서 굳이 언급했다. KBO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려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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