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대학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영남대 이상동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 대학 선수들은 단 20명밖에 프로의 꿈을 이루지 못했으며, 3라운드까지 단 1명의 선수도 구단의 호명을 받지 못할 만큼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보다 2명 더 많은 숫자가 지명되기는 했지만 인하대 투수 정성종이 전체 13위로 롯데에 지명된 것과 비교하면 대학 선수의 첫 호명이 한참 뒤로 밀렸다. 1차 지명에서 동아대 이정용이 LG행을 확정하면서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정도다.

영남대 이상동이 KT에서 프로선수의 꿈을 키우게 됐다. 사진=박대웅 기자
이상동 역시 대학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에 비해 지명 순번은 다소 아쉬웠다. 올해 이상동은 총 15경기에 등판해 9승2패 평균자책점 2.93의 성적을 남겼다. 83이닝을 소화하며 70피안타 14볼넷 밖에 내주지 않았고, 탈삼진은 무려 107개를 솎아냈다.

특히 이상동은 지난달 종료된 제52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영남대를 15년 만에 정상으로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며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경북고 시절에도 이상동은 스스로를 평범한 선수라고 평가했지만 박세웅, 박세진, 최충연 등 현재 프로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틈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던 투수다. 특히 박세웅이 졸업한 뒤 3학년 시절에는 6승2패 평균자책점 1.89의 성적을 남겨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고교 시절에 비해 최고 시속은 10km 이상 증가했고, 오승환을 롤모델로 삼아 결정구 슬라이더의 예리함을 높이는데 더욱 주력해왔다. 전체 1순위 이대은에게 수많은 시선이 집중돼 있지만 이상동 역시 즉시 전력으로서 KT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

이상동은 “대학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광이고 KT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할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이 드래프트 현장에 함께 왔는데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효도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특히 이상동은 함께 KT에 지명된 이대은에 대해 “본받을 점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장점을 많이 배우고 싶다”고 언급한 뒤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 신인왕도 노려보고 싶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이대은 형을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이겨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찬 발언을 덧붙였다.

또한 “KT는 신생팀의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짜임새가 있고 점점 발전하는 팀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좋은 기회를 살려 다음 시즌 1군 출전을 목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동은 대학 선수들이 외면 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대학에도 사실 좋은 선수들이 많다. 단지 대학 선수라는 신분 때문에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도 하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가 있고, 뽑히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면서 “대학 선수 중 가장 먼저 뽑힌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대학야구의 힘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년 간 함께 노력해왔지만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영남대 동기들에게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야구 외에도 다른 길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해서 훗날 좋은 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대학야구연맹 제공
한편 이상동은 오는 10월 열리는 제2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23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된 상태다. 대학 선수로는 유일하게 1차 지명된 이정용을 비롯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연세대 박윤철과 함께 대학 투수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를 잡았다. 또한 류희운, 신병률 등 다음 시즌 함께 마운드를 이끌어갈 KT 선배들과 미리 한솥밥을 먹게 될 예정.

이상동은 “전국체전과 겹쳐서 대표팀 일정이 대학 무대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난해에도 대표팀에 뽑혔는데 마운드에 설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올해는 이상동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아마추어 야구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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