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지난해보다 단 2명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는 단 한 명도 선택받지 못했다. 대학야구계가 2019 신인드래프트에서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KBO는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9 KBO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올해도 대학 선수들이 외면 받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됐다. 지난해 18명보다 2명이 증가한 20명의 선수가 프로의 꿈을 이뤘지만 낙방한 237명의 미래는 암울함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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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순번에서도 3라운드까지 대학 선수의 이름을 들을 수 없었다. 전체 31순위로 영남대 투수 이상동의 이름이 처음 호명된데 이어 원광대 강정현(LG), 재능대 이재민(두산), 원광대 양승철(KIA)이 4라운드에서 내리 뽑히며 잠시 희망이 보이는 듯 했지만 5~6라운드에서도 4명이 추가되는데 그쳤다.

7라운드 이후부터 지명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수치를 겨우 넘어섰을 뿐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대학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던 연세대 박윤철(한화)이 93순위까지 미끄러지는 등 대학 야구계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2014년부터 서서히 대학 선수들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력 부족이다.

특히 주말리그가 도입된 이후 학업과 운동을 의무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대학 선수들의 고충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선수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측면에서는 학업 병행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는 이를 모든 선수에게 의무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선택하도록 하고, 결국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프로 구단 감독들조차 “현재와 같이 운동과 공부를 의무적으로 병행할 경우 대학 선수들의 프로지명은 앞으로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야구 선수들은 야구가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전문 분야가 아닐까 싶다. 기본 소양이 갖춰질 정도로 올바른 교육을 받는다면 성인이 됐을 때는 공부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썩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학 야구가 위기에 놓였다고 해서 대학 선수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뽑도록 하는 방안 등은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이는 대학야구연맹 측에서도 전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다만 구조적인 개편을 통해서 대학 야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찾을 필요가 있다. KBO 정운찬 총재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 역시 KBO 올스타전 기간에 대학 야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바 있다.

대학선수 중 가장 먼저 호명된 영남대 이상동. 하지만 그의 순번도 전체 31위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사진=박대웅 기자
신인 드래프트는 이미 모두 끝났지만 이후에도 몇 가지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는 있다.

각 프로 구단들이 육성 선수를 추가로 뽑는 시기가 곧 찾아온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은 고졸 선수들이 그 대상이며, 구단별로 많게는 5명까지도 선수를 보충한다.

하지만 고졸 육성 선수들이 프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 만큼이나 낮다. 문제는 육성 선수로 한 번 계약을 할 경우 야구 선수로는 대학 진학의 길이 막히게 되고, 결국 이들 대부분이 수년 내에 팀에서 방출돼 갈 곳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KBO 관계자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뒤 “고졸 육성 선수의 경우 가급적 프로에서 많이 뽑기보다는 대학 진학을 유도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육성 선수 신분으로라도 프로 진출을 원하는 고졸들의 경우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떨어진다면 대학에서 기량을 좀 더 가다듬어 훗날을 도모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학 측에서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잠재력이 충분한 고교 선수들을 받을 경우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고 관심을 집중시킬 스토리를 만들기도 용이하다.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 및 동기 부여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졌던 대졸 선수 선발이 전혀 없었고, 제2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조차 대학 선수는 단 7명만 선발됐을 뿐이다.

꼭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에서의 선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이름 석 자를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는 소소한 기회마저 현재처럼 철저히 차단할 경우 대학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고교 선수들도 대학 진학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야구계에서 대학은 실패자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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