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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사실상 결승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게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GBK)에서 열린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본에 5-1로 승리했다.

한국은 결승으로 향하는 가장 큰 고비였던 일본을 꺾는데 성공하며 금메달 결정전 진출 가능성을 굳혔다. 대만과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패한 전적이 따라붙어 1승1패가 됐지만 31일 만나게 될 중국전 승리가 유력하기 때문에 이 경기를 잡을 경우 대만-일본전 결과와 관계없이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을 꺾고 대만이 일본에 승리할 경우 한국은 결승에서 대만에 첫 대결 굴욕적 패배를 설욕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일본과 다시 만나는 것보다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선동열호가 가장 바라는 구도 역시 복수극을 통한 우승이다.

지난 26일 한국은 1회 선발 양현종이 투런 홈런을 내준 뒤 열세를 끝내 뒤집지 못한 채 1-2로 대만에 승리를 넘겨줬다.

대만이 실업 야구 선수들 위주로 엔트리를 꾸렸기 때문에 프로 정예가 뭉친 한국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뼈아픈 패배였다.

특히 타선은 단 6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재환이 홈런포로 유일한 득점을 안겼고, 안치홍이 멀티히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 외 타자들의 침묵이 심각했으며, 6~9번으로 연결되는 하위 타선에서는 안타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만 선발 ‘옆구리’ 우셩펑(5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의 피칭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이후 등판한 왕종하오(3이닝 2피안타 1탈삼진), 왕정하오(1이닝 2탈삼진 무실점)마저 공략하지 못해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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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 선발 과정에서부터 온갖 잡음이 많았던 한국은 당시 패배로 더욱 거센 조롱에 시달려야만 했고, 이후 인도네시아, 홍콩전 승리를 따내고도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홍콩에게는 5회 콜드승이 아닌 9회까지 승부가 이어지면서 승리를 따내고도 활짝 웃기 어려웠다.

그러나 홍콩전 9회에만 홈런 4방을 포함해 10점을 쓸어 담은 한국은 이같은 기세를 일본전에서도 이어가며 결승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현재로서는 중국에 승리한 뒤 일본-대만전을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대만과 결승에서 다시 붙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다시 만났을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타선의 답답함이 반복될 경우 또 한 번의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첫 경기에서 호투한 대만 투수들의 공이 익숙해질 수 있지만 대만은 당초 한국전 선발이 유력했던 린화칭을 아껴놓고 있다. 물론 일본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도 있으나 한국전에 초점을 맞출 경우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다.

물론 한국도 오랜 휴식으로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던 타자들이 총 4경기를 치르면서 대부분 컨디션을 끌어올린 상태다. 또한 일본전 선발 최원태를 2이닝 만에 교체하면서 양현종 외에도 다양한 카드를 꺼낼 여지를 마련했다. 최원태의 팔꿈치 상태는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선취점을 내준 뒤 힘겹게 역전에 성공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1회에 얻어맞은 투런포에 발목을 잡힌 만큼 확실한 기선 제압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역대 프로 선수가 참가한 대회에서 대만전 19승10패를 기록했다.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힘든 경기가 유독 많았고,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야구공은 둥글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한 만큼 남은 기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이에 앞서 일본과의 결승전 가능성도 계산해 둘 필요가 있으며, 당장 31일 중국과의 슈퍼 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도 방심은 금물이다. 오직 대만과의 설욕전만 바라보다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또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당장 중국은 30일 대만에 패했지만 0-1로 막판까지 진땀 승부를 펼쳐 복병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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