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지난달 팀 타율 2할6푼2리(9위). 하지만 8월 9경기에서는 팀 타율이 무려 4할4리(1위)다. 도대체 넥센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넥센은 지난 11일 고척 LG전에서 13-8로 승리를 거두고 파죽의 8연승을 질주했다. 구단 창단 이후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수립하며 5위 LG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렸다. LG에게 맞대결 9연패 늪에 빠져 있었지만 뜨거운 방망이를 앞세워 짜릿한 설욕에 성공했다.

전날 경기 뿐 아니라 넥센은 8월 9경기에서 무려 89점, 평균 9.9점을 기록하는 파괴력을 통해 8승1패의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 제공
8월 들어 20타석 이상을 소화한 나머지 9개 구단 선수들 중 타율 4할을 넘는 타자는 총 11명.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넥센은 팀 타율이 4할이다. 무려 6명이 4할 타율을 넘겼고, 김재현(0.391)과 이택근(0.379) 역시 4할에 가까운 성적을 남기는 등 대부분의 타자들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정후(0.500, 44타수 22안타), 송성문(0.483, 29타수 14안타), 김혜성(0.419, 43타수 18안타), 임병욱(0.415, 41타수 17안타)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다.

이정후는 최근 5경기에서 4안타 이상을 때려낸 것만 벌써 3번째이며 11일 LG전에서는 한 경기 개인 최다인 5안타를 적립했다. 시즌 타율 1위 양의지(0.368)와의 격차는 이제 단 2리에 불과하다.

송성문도 9일 한화전에서 5타수 5안타 5타점 1득점으로 인생 경기를 펼치더니 11일 LG전에서는 그 이상의 임팩트를 뿜어냈다. 생애 첫 멀티포를 포함해 6타점 3득점을 기록하면서 승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말 그대로 젊은 피들이 매 경기 날뛰고 있지만 단지 그들의 활약만이 넥센 상승세 요인의 전부는 아니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베테랑들이 묵묵히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상승세 비결이다.

장정석 감독은 11일 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이 붙는 것이 젊은 선수들 활약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며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한참 재미있을 시기다. 특히 송성문과 같은 백업 선수들은 부진했을 때 2군에 갈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컸을 텐데 지금처럼 야구가 잘 풀리면 기회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측면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는 언급을 남겼다.

장 감독은 이어 “올스타전 휴식기를 전후로 팀이 연패에 빠져 있었는데 사실 당시 팀 분위기는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기회가 오면 올라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면서 “최근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물론 대단하지만 팀이 어려웠을 때 베테랑 및 간판선수들이 계속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고, 감독이 모두 신경 쓰기 어려운 부분까지 나서서 젊은 선수들을 잡아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송성문 역시 장 감독의 믿음 및 좋은 분위기를 상승세 비결로 꼽았다. 송성문은 “KIA와의 2연전에서 1안타에 그쳐 한화전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나를 믿어주셨고 강한 책임감이 생겼다. 또한 지난해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2군에 갈 수 있다고 걱정을 했는데 올해는 마음을 더 편히 가지면서 매 경기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한 송성문은 인터뷰 동안 “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다”는 말을 몇 차례 반복해서 남겼다.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 만큼 이제는 선배들의 몸이 좋지 않을 때 잠깐 투입되는 상황이라도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매 타석 100%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넥센 히어로즈 제공
박병호도 선배로서 가지는 책임감에 대해 언급했다. 송성문의 멀티포가 터진 순간 덕아웃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박병호는 “어린 선수들이 집중해야 할 때와 즐겨야 할 때를 잘 이해하면서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중요한 순간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기특하다”며 먼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병호는 이어 “고참들 사이에서도 서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후배들이 고참을 보고 그대로 배우기 때문에 우리 역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그런 선배들을 따라오고 활약해주는 것이 그저 놀랍다”고 언급했다.

넥센 고참들의 헌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가 지난 7일 KIA전이다. 당시 최고참 이택근은 비록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1회말 홈 쇄도 과정에서 포수 김민식의 태그를 1차적으로 피한 뒤 대치 과정에서 빈틈을 노려 다시 한 번 몸을 날렸다. 상대 글러브에 얼굴을 강타당하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최고참의 이같은 투지가 선수단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멀티포로 주목을 받았지만 송성문이 11일 LG전에서 내야 땅볼을 기록한 뒤 이를 악물고 1루로 전력 질주 하는 모습, 김혜성이 마찬가지로 전력 질주를 통해 내야안타를 생산하는 모습. 바로 베테랑들의 모습을 보고 배운 결과는 아니었을까.

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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