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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LG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순위 경쟁 역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LG는 지난 7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어느덧 6연패다. 시즌 53승54패1무. 5할 승률이 결국 무너졌다. 전반기까지 승패마진 +7(48승41패1무)을 기록했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연승을 내달리며 더 높은 곳을 바라봤던 그 팀이 이후 15경기 만에 가을 야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5위 넥센이 최근 4연승과 함께 54승56패를 기록하며 어느덧 반 경기 차까지 LG를 쫓아왔다. 6위 삼성도 51승54패로 LG와 1경기 차. 7위 KIA의 경우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LG와의 3경기 차가 이제는 뒤집기 불가능한 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중하위 팀들의 맹추격이 맞물리면서 단숨에 하위권까지 떨어질 수 있는 위기에 놓인 LG다.

최근 15경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총체적 난국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운드 붕괴가 가장 뼈아팠다.

LG는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 7.35로 압도적 최하위에 머물렀다.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7.32를 기록한 가운데 단 한 번의 선발승도 가져오지 못했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4번 뿐이었으며 에이스 소사(4경기 1패 평균자책점 6.38)마저도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또한 윌슨이 7월28일 KT전에서 5.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뒤 오른쪽 팔꿈치에 피로가 쌓이면서 자리를 비운 것도 선발진 붕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차우찬은 1군 복귀 후에도 여전히 최악의 모습을 보였고, ‘10승 투수’ 임찬규 역시 최근 2경기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불펜진 역시 최근 15경기 평균자책점 7.38로 전혀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4번의 블론 세이브가 나왔고, 5회까지 앞선 4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타선이 뒷심을 발휘한 2경기마저 없었다면 15연패 수렁에 빠졌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타선은 팀 타율 2할9푼3리로 6위에 오르며 그나마 제 몫은 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는 2할5푼2리로 9위에 머무는 등 응집력이 부족했다. 병살타 15개로 공동 1위, 잔루(125) 역시 팀 타율이 높지 않음에도 최다 3위에 올랐다.

박빙 상황에서도 영양가가 크게 떨어졌다. 4점 차 이상의 열세에서 팀 타율 3할4푼6리를 기록했지만 3점 이하로 좁혔을 때는 2할7푼2리에 그쳤고, 앞서 있을 때는 2할대 초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전혀 꺾어놓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가장 많은 15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7월20일부터 시작된 두산과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하며 선수단의 사기가 급격히 가라앉은 것이 이후 경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LG는 20일 경기에서 연장 12회 끝에 1점 차 패배를 당했고, 다음날 경기에서는 8-1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10-17로 패하는 최악의 참사를 겪었다. 22일 경기마저 1회 선취점을 뽑고도 6회까지 이어진 1-0 리드를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잠실 라이벌’로 통했던 팀과의 경기에서 긴 연패가 이어졌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LG는 7월29일 KT전 승리로 분위기를 수습하는 듯 했으나 또다시 두산에게 3연전 스윕을 당했다.

경기 내용 자체도 유독 데미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다. 최근 13패 가운데 1점 차 패배만 무려 5번이나 있었고, 반대로 5점 차 이상의 완패 역시 6번이나 나왔다. 희망고문을 안고 가다가 힘이 한순간 쭉 풀리거나 애초에 기 조차 제대로 펴지 못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황에서 구심점이 돼야 할 간판들와 베테랑이 오히려 더욱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끌어올리기가 더욱 어렵다. 류중일 감독마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LG는 김재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 2위에 올라있다가 결국 최종 5위로 밀려나며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뼈아픈 말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박종훈 감독(현 한화 단장)이 팀을 이끌었던 2011년에는 3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고도 당시 승패마진 +8(30승22패)이 시즌 마지막에는 -13(59승72패2무)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불과 지난 시즌에도 LG는 5월14일 23승13패를 기록하며 2위까지 올라섰지만 결국 롤러코스터 행보를 이어가다가 69승72패3무로 6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011년과 2017년 모두 최악의 구간을 꼽자면 2승10패였다. 그 이상으로 심각한 추락을 겪은 것은 아니다. 15경기를 한 구간으로 끊어놓고 봤을 때 2승13패, 승률 1할3푼3리에 머문 것은 좀처럼 찾기 힘든 사례다.

하지만 올시즌 LG는 4월 막바지에도 8연승을 질주하다가 곧장 8연패에 빠지는 등 13경기 2승11패의 구간을 한 차례 통과한 바 있다. 최근 모습까지 총 두 차례 수직하강으로 손해를 본 승패마진만 무려 -20에 달한다.

한참 좋은 흐름을 탔을 때 쌓아놓은 승수가 있었기에 여전히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 당장 연패를 끊어내더라도 또다시 이같은 수렁에 빠질 경우 역대 최악의 불명예 시즌이 LG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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