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개막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에 빨간불이 켜졌다(야구 경기는 8.26~9.1).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시름이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8월 26일 대만과의 첫 경기에 선발 투수로 유력한 양현종(KIA)과 차우찬(LG)은 약속이나 한듯 엔트리 발표 후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양현종은 7월 들어 5경기에서 1승 2패(평균자책점 4.50), 차우찬은 지난 24일 잠실 삼성전에서 6실점하는 등 올해 20경기에서 7승 8패(평균자책점 6.17)로 기대에 크게 어긋나고 있다.

대표팀 주포인 최정(SK)은 지난 24일 인천 두산전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에 선 감독은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라이벌인 일본과 대만은 사회인 선수들이 주축이어서 금메달 전선엔 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정작 지휘봉을 쥔 선 감독으로서는 고민이 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쾌한 해법은 있다. 이름값을 무시하고 과감히 부상, 부진 선수들을 교체해 예비 엔트리중 병역 미필 선수를 기용하는 것.

선동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주요 대표선수 부상으로 엔트리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

양현종, 차우찬, 최정은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어서 제아무리 태극마크를 단다 해도 온몸을 던질 수 없다. AG 브레이크 이후 9월 4일부터 펼쳐질 포스트시즌을 향한 ‘진짜 레이스’를 염두에 두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몸값은 100억원 안팎이다.

그럴바에야 ‘금메달=병역 면제’를 위해 투혼을 불사를 수밖에 없는 군 미필자를 선발하는 게 금메달 사냥에 훨씬 효과적이다. 약 2년간의 병역 면제로 프로 생활을 중단 없이 이어간다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 및 FA(자유계약선수) 계약금을 손에 쥘 수 있으므로 미필자들은 사생결단으로 뛸 수밖에 없다.

병역 문제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 엄청난 성과를 올린 ‘최고 본보기’는 지난번 월드컵 예선 독일전에서 우리 대표 선수들이 명확히 보여줬다.

AG 금메달을 예상대로 획득했다고 치자. KBO 리그로서는 그 이후가 문제다. 금메달을 위해 집중 훈련과 열띤 경기를 펼친 대표선수들이 각팀으로 돌아가 과연 전력에 큰 보탬이 될까?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두산은 10개팀중 가장 많은 8명의 대표를 내보낸 후유증으로 아쉽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다. 국가대표 선수를 많이 차출당해 ‘국대베어스’라는 별명을 얻게 된 두산은 이번 AG에도 6명을 내보냈다. 이 6명이 AG 브레이크이후 혹 부진한다면 남은 30경기 가량에서 ‘1강 체제’유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던 25명의 대표 선수 대부분이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대회에 선발로 나섰던 투수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롯데의 10년 에이스’라는 박세웅은 지난달 1군에 올라와 7월 30일 현재 7경기서 1승 3패(자책점 7.26), 대만전 승리투수였던 임기영(KIA)은 어깨 통증으로 6월 21일에야 선발진에 합류해 5승 8패(자책점 5.98)를 거뒀다.

일본과의 예선전 선발로 나가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던 장현식(NC)은 팔꿈치 통증의 후유증으로 올해 15경기서 3승 2패 2세이브(자책점5.16)에 그쳐 팀 기여도가 낮다.

APBC 대회에 10개 구단중 가장 많은 5명을 내보낸 NC는 직격탄을 맞아 시즌 초반 9연패를 당하는 등 창단후 처음으로 최하위의 수모를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2위에 그쳤지만 APBC 우승에 애초부터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시즌이 끝난후 휴식 및 정비를 해야 할 시기에 대표 선수로 차출됐으니 이들은 이래저래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허벅지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해진 SK 최정이 경기중 헛스윙을 하고 있다.

AG 후유증도 크게 우려된다. 9월 4일부터 약 40일간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할 시간인데, 출전했던 선수들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1년 농사는 헛짓게 된다.

각 팀들은 포스트시즌에 나서기 위해 팀당 연간 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선수단은 스프링캠프부터 9개월간 온몸을 던지다 시피한다. 그런데도 AG, WBC, APBC 참가로 페넌트레이스 운영에 큰 차질을 빚어 순위가 뒤죽박죽된다면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KBO로서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소뿔을 고치려다 오히려 소를 죽이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격언을 되새기며 현명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는 선수노조 파업, 천재지변, 전쟁 등 초비상사태가 아니면 리그중단은 꿈도 꾸지 않는다.

AG 대표를 굳이 ‘KBO리그 대표’로 선발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대표선수를 일본, 대만과 전력이 비슷한 퓨처스리그 대표로 구성해, 뛰어난 용병술과 전략으로 맞붙는다면 더 짜릿한 승리, 더 값어치있는 금메달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리그 중단이라는 불상사도 없어진다.

선 감독은 AG 최종 엔트리 마감시한(6월 30일)보다 20일이나 먼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왜 그리 서둘렀는지 일부 야구인들은 아직도 궁금증을 갖고 있다. 그 와중에 KBO는 선감독과 왜 긴밀한 협의를 안했는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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