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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근 10년간 계속 마무리로 뛰었으니 그 자리가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선수 뿐 아니라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수에게 선발은 로망이다.

KIA 임창용도 마찬가지다. 1976년생이다. 프로로 뛴 세월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아무리 몸 상태 관리를 잘한다고 소문이 난 임창용이지만, 불펜에서 쉼 없이 몸을 푸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이다.

많게는 4~50개 정도의 공을 던지며 몸을 푼다. 그래도 경기에 나서면 그나마 낫다. 던졌으니 후회는 없다. 하지만 기껏 몸을 다 예열하고 던질 준비를 다 했는데, 경기 상황이 뒤바뀐다.

그러면 나가지 못하고 짐을 싼다.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편한 상황에 나가는 것도 아니다. 매번 박빙 상황에 나서다보니 한번 무너지면 타이거즈 팬들의 질타를 수도 없이 받는다.

그런 나날을 10년 넘게 보낸 임창용이다. 지칠 만도 하다. 차라리 선발로 뛰면서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던지고, 남은 날에 몸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시즌 시작부터 임창용을 선발로 정하고 내보냈다면 그것은 김기태 감독이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후반기다. 144경기 중 90경기 이상을 치렀다. 남은 경기 수가 60경기도 되지 않는다.

올해 타이거즈의 목표는 5위 가을야구 입성이다.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면 마운드 운용을 변칙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작년처럼 선발진을 운용했다가 올해 전반기에 제대로 당했으니 변화는 반드시 필요했다.

만약 변화하지 않고 전반기 그대로의 로테이션을 후반기에도 가져간다면 누가 봐도 결과는 뻔하다. 팻딘의 페이스가 워낙 좋지 못했기에 그를 불펜으로 이동 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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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8월이 되기 전, 외국인 선수 교체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발로 기용해서 어설프게 쓰느니, 차라리 불펜으로 자주 기용해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낫다. 교체 여부는 그 이후에 고민해도 된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가는 것과 불펜에서 선발로 가는 것은 누가 봐도 느낌상 차이가 크다. 그만큼 임창용의 구위도 좋고 몸 상태가 나쁘지 않기에 선발로 나서도 괜찮다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었다.

윤석민의 경우도 수술 후, 600일 넘게 기다린 끝에 선발로 복귀했다. 선수 본인은 계속 구속도 올라갈 것이라 이야기 하면서 선발로 나서서 던지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하지만 결과는 3패다.

이제 마무리로 가도 할 말이 없다. 결과적으로 마무리로 가서 잘 하고 있으니 나쁠 것이 없다. 그렇게 오래 쉰 윤석민도 곧바로 와서 선발 로테이션에 무혈입성 했는데 임창용도 기회를 받는 게 맞다.

더군다나 40살이 훌쩍 넘은 불펜 투수가 선발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을 과감히 실행할 감독이 KBO리그에 있을까.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의 아류라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 뻔한데, 누가 할까.

하지만 선수가 원하고 팀 사정도 어느 정도 맞다면 이를 강행할 수 있는 사령탑이 바로 김기태다. 예전 한화 레전드인 송진우도 40살이 넘도록 힘차게 공을 뿌린 바 있다. 임창용이라고 못할 것은 없다. 임창용은 타이거즈에 있기에 선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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