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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광주=김성태 기자]투수라면 누구나 선발을 하기 원한다.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선수든, 혹은 프로에서 20년 넘게 뛴 선수든 마찬가지다. KIA가 말 그대로 '깜짝 카드'를 꺼냈다.

KIA 임창용은 2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T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주중 삼성과의 3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김기태 감독은 외인 팻딘을 불펜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뒷문 강화를 통해 짠물야구로 최대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팻딘의 자리를 채워야 할 다른 선발이 필요했다.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임창용을 그 대안으로 삼았다.

올해 들어 가장 놀라운 소식이다. 임창용이 가장 최근 선발로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9월 30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현대와의 경기였다. 당시 3이닝 6실점을 기록했고 패전투수가 됐다.

무려 3946일 만의 선발이다. 타이거즈로 제약을 두면 더 오래 전이다. 지난 1996년 5월 31일 광주 LG전에서 1.2이닝 4피안타 1볼넷 4실점을 찍었다. 타이거즈 소속 선발로는 8085일 만이다.

의문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많고 많은 선수 중에 왜 임창용인가. 그것도 마무리로만 뛰던 선수를 갑작스레 내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 기용의 권한이 있는 감독의 말부터 들어보자.

김 감독은 "선수 본인이 던지고 싶어했다"라고 말한다. 이어 "단숨에 100~110개 정도는 던질 수 없기에 대략 80개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본인이 준비를 잘 했다고 하니 내보낸다"고 말했다.

향후 계속 선발로 투입 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좋으면 계속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 가능성을 시사했다. 괜찮다 싶으면 향후에도 5선발로 염두에 두겠다는 이야기다.

우선 임창용이 선발로 나서게 된 배경 중 하나는 가동할 수 있는 필승조 불펜의 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선발로 왔다가 3패를 당하고 마무리로 간 윤석민이 그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공이 빠른 김세현과 김윤동도 있고 왼손은 원포인트 이상 소화가 가능한 임기준과 롱릴리프 기용이 유력시 되는 팻딘이 있다. 임창용이 당장 빠진다고 해도 불펜진에 큰 무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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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임창용은 지난 6월 7일 등판을 마치고 8일 1군에서 말소된 바 있다. KIA는 담이 와서 내려갔다고 이야기 했지만, 이해는 잘 가지 않았다. 어쨌든 2군에서 몸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7월 10일에 1군에 올라왔고, 그 날 1이닝 15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17일 삼성전에 1이닝 13구 무실점을 기록, 팀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 경기 모두 구위가 상당히 좋아보였다.

1군 복귀 후, 두 번의 불펜 투입을 통해 감을 잡았다. 선발 투입 패턴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누가 봐도 애초에 준비를 한 상황이다. 뜬금없이 결정이 된 선발 출전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도 아닌 10년 넘게 한국과 일본, 미국을 거쳐 마무리로 뛰던 선수를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발로 투입했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말 그대로 일회성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무리 임창용이 몸 관리의 달인이라고 해도 20일 등판 기준, 나이가 42세 1개월 16일이다. 시즌 막판까지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뛸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부담이 큰 도박의 느낌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부상과 수술로 인해 2년 가까이 자리를 비워둔 윤석민도 오자마자 선발로 투입이 된 바 있다. 열에 아홉이면 누구나 다 선발을 원하는 것이 투수인데 윤석민은 바로 얻어냈다.

그리고 선발로 세 경기를 나가 3패를 당하고 마무리로 보직을 옮겼다. 다른 투수들도 윤석민처럼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길 충분히 바랄 수 있다. 임창용 역시 그런 의지가 있어보인다. 차라리 관리를 받으면서 선발로 나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선수 본인이 원해서 나가게 된 것이라면 나가서 제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수술로 한참 쉰 윤석민도 선발로 나섰는데, 나이가 많아도 꾸준히 공을 던진 임창용이 못할 것은 없다.

어차피 모든 결과는 어차피 감독이 몫이다. 임창용이 선발 투입이 옳은 결정인지, 그른 결정인지는 20일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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