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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믿기 힘든 돌풍을 몰고 온 한화의 전반기 MVP는 누구일까.

에이스 역할을 해낸 샘슨, 리그 최고의 마무리 정우람, 로사리오의 공백을 완벽히 채우고도 남았던 호잉,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성열 등 눈부셨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분명 많다.

그러나 다수의 야구 팬들이 꼽는 한화의 전반기 MVP는 바로 한용덕 감독이다.

한화는 그동안 명장들의 무덤이라는 낙인이 찍힌 팀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모두 한화에서 모두 초라하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암흑기 탈출에 대한 열망으로 구단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지만 무려 10년 동안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팀이 한화였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한화가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만큼은 선수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고,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대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전반기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선수들의 성장 및 코칭스태프의 족집게 과외 등 모두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지만 전반적으로 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이는 한용덕 감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용덕 감독은 취임식부터 선수들에게 크게 두 가지 사항을 강조했다. 바로 이글스 정신과 야구 사랑이다.

한 감독은 대학 시절 무릎 관절염 증세로 트럭 운전 보조, 전기배선공 등 야구 외적인 일에 뛰어들었고, 이후 배팅볼 투수 겸 신고 선수로 프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통산 120승 투수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나 같은 사람도 감독이 됐다”는 그의 말에 울림이 담길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 역시 패배 의식을 버리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 속에 품었다.

한 감독은 시즌이 시작된 뒤로도 단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본인 만의 특별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특징은 선수단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는 점이다. 홈런을 친 이성열에게 가슴을 강하게 얻어맞았지만 “홈런만 많이 칠 수 있다면 내 가슴이 문드러져도 상관없다.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세리머니에 기꺼이 응한 것은 한 감독의 편안한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였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말보다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을 수시로 꺼냈다. 이들의 맹활약이 나올 때면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며 더욱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샘슨이 덕아웃을 지나가다가 취재진으로 변신해 한 감독에게 포커페이스 비결을 물어보는 등 외국인 선수들 역시 한 감독을 믿고 따르는 분위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온화한 모습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면에는 불같은 모습도 있었고, 나름의 고집도 있었다. 너무 솔직한 표현으로 주변을 자주 놀라게 했으며, 툭 던진 농담 속에 뼈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5월 중순 한 감독은 부진을 겪고 있던 정근우에 대해 “너무 많은 실책을 했다. 수비가 좋아질 때까지는 1군 복귀를 보류해야 할 것 같다”며 베테랑에게도 예외 없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또한 강경학이 1군에 올라온 뒤 최고의 활약을 펼쳤을 때에는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는 언급까지 꺼내들며 기존 선수들이 바짝 긴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때로는 상대 선수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넥센 조상우가 선수 몸으로 향하는 위험한 공을 여러 차례 던지자 격노한 한 감독은 조상우의 구위를 어떻게 봤느냐는 질문에 “몸에 맞는 공을 잘 던지는 선수”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꺼냈다. 일반적으로 감독들이 타 팀 선수와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는 최대한 감추거나 포장하는 것과 달리 한 감독은 상당히 직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솔직함이 여과 없이 분출되면서 한용덕 감독 역시 때때로 ‘아차’ 할 때가 있는 편이다. 감독의 말 한 마디가 수많은 취재진을 통해 보도가 되고, 때로는 의도와 전혀 다른 쪽으로 해석되면서 오해를 낳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악성 댓글로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감독이 단 한 번도 본인의 공에 대해서는 자랑처럼 말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좋은 활약을 선보인 선수들은 물론 묵묵히 음지에서 땀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칭찬도 늘 잊지 않았고, 1군 뿐 아니라 2군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곤 했다. 팀 성적과 분위기가 좋을 때는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늘 뒤로 빠졌다.

한용덕 감독은 최근까지도 개인 SNS에 ‘신독(愼獨)’이라는 글을 줄곧 새겨왔다. 혼자 있을 때조차 늘 조심하고 삼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다.

한 감독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대해 생각해봤다”며 “호사다마라는 말도 있는데 좋은 일에는 탈도 따르기 마련이다. 나름 팀이 잘 나가고 있지만 매스컴에 나올 때 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에도 나를 좀 더 다스리고 통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남들이 보든 안 보든 몸과 마음가짐을 좀 더 바르게 가져가기 위해 신독이라는 단어를 새겼다”고 밝혔다.

한화는 전반기 2위라는 믿기 힘든 결실을 남겼지만 올시즌 일정은 이제 절반을 막 지났을 뿐이다.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과 함께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취해 있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부터가 늘 스스로를 돌아보며 선수단에게도 작은 방심조차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다.

박종훈 단장도 이같은 한용덕 감독이 든든하기만 하다.

박 단장은 “팀이 잘 나갈 때에는 누구나 잘난 척을 하거나 현재 상황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한용덕 감독님은 늘 겸손하고 신중하다. 경기 전후 인터뷰들을 볼 때마다 ‘참 조심하고 있구나, 참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용덕 감독의 겸손한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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