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울산광역시 문수야구장에서 개최된 ‘2018 신한은행 MY CAR 올스타전’은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지나간 일을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 수 있지만, 올스타전은 해마다 열리므로 내년 이후를 위해 건설적인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스타전은 ‘별들의 잔치’라는 의미가 크게 퇴색했으므로 정체성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올해 신설된 올스타전 사전행사인 ‘퍼펙트 피처, 퍼펙트 히터’를 보고 팬들이 “저런 걸 왜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올스타전 시작 전에 끝내야 할 홈런레이스는 5회 종료후 30분이나 무료하게 진행돼 본경기의 승부에 찬물을 끼얹다시피 했다.

프로야구 올스타에 출전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호(롯데)의 말 실수로 인한 ‘꼰대 논란’과, 의도는 색다른 장면 연출이었지만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김하성(넥센)을 ‘얼차려’시킨 오재원(두산)의 행동은 참으로 이해가 안됐다.

내야땅볼을 치고 1루까지 걷다시피하는 꼴불견 주루, 힘껏 뛰지 않아 2루타를 허용하는 외야수의 맥빠진 수비, 선수보호 차원에서 투수는 1이닝만 던지게 하고 그나마 직구 위주로 던져 홈런을 양산시키는 실망스런 투구….

이는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으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무시하거나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까.

행사를 주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베스트로 뛰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이런저런 이벤트로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선수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값이 얼만데? 이벤트 경기가 된 올스타전에서 쓸데없이 몸을 던져?”라고 말이다.

1군 주전들의 평균 연봉이 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2번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강민호(삼성)는 총 160억원을 벌었고, 이대호는 2016년말 4년간 150억원에 계약했다. FA 대박으로만 80억원 이상을 챙긴 선수는 10명을 넘어섰고, 비슷한 거액을 챙길 예비 FA들도 각팀마다 줄지어 있다.

이러니 올스타전은 물론 페넌트레이스에서, 괜한 헛품을 팔기 싫어 내야땅볼을 치면 1루로 전력질주를 하지 않는다. 부상 예방 차원에서 팀의 ‘주득점원’인 도루를 꺼려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선수들이 몸을 사려 경기 내용이 박진감이 없으면 언젠가는 관중 외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프로축구 K리그는 왜 평균 관중이 경기당 5000명으로 하락했을까? 프리미어 리그보다 훨씬 경기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끝나고 호날두의 이적료는 1470억원까지 치솟고 연봉은 400억원으로 급등했다.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던져 강슛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결코 이뤄내지 못할 결과물이다.

2018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뽑힌 넥센 김하성이 시상식이 끝난 뒤 정운찬 KBO총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O 리그의 주전급들이 뼈저린 각성을 하지 않고 또 KBO와 각 구단 임직원들이 선수들의 이기적인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든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시구자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시구자는 강병철 전 롯데 감독(72)이었다. 그는 롯데의 한국시리즈 2승을 만든 명장이어서 시구의 영광을 안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부산야구의 대부’인 어우홍 전 롯데감독(87)을 함께 초청했더라면 더욱 빛이 났을 것이다.

연로해 거동이 불편한 어우홍 감독은 올스타전 시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연고지 아닌 타지역 초청은 받지 못하므로).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어 감독은 이날 경기를 관전한 김응용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장(77)의 부산상고 시절 감독을 맡은 야구스승이다.

강병철 감독도 부산상고 출신이고, 1군 선수 출신으로 프로 출범 후 유일한 울산 출생인 윤학길 한화 육성총괄팀 코치(57. 전 롯데 코치. 롯데 시절 통산 최다 100경기 완투)도 부산상고를 나왔다. 좀 더 폭넓은 기획을 해 부산의 역사깊은 야구 명문인 부산상고 출신 4명이 시구, 시타, 시포(始捕)를 나눠 담당했다면 더욱 의미가 깊은 올스타전 행사였을 것이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은퇴 기념으로 두 아들과 함께 시구, 시타, 시포를 장식했다. 롯데 출신이 아닌데도 2년 연속으로 시구 행사에 참여케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평도 있다. 하여간 내년부터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처럼 투혼을 불사르는 ‘명승부 올스타전’으로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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