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제일중 야구부 학생들이 13일 퓨처스 올스타전을 지켜보며 좋은 경험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울산=박대웅 기자] “김민혁 선수를 응원하고 있어요.”

야구 유니폼을 갖춰 입은 한 당돌한 중학생의 입에서 특급스타가 아닌 퓨처스 선수의 이름이 언급됐다. 단순히 이름만 언급한 것은 아니다. 선수의 강점까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최고의 스타들이 모두 집결하는 올스타전 메인 경기와 달리 퓨처스 올스타전은 사실 그리 높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13일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울산 문수야구장에도 관중 숫자보다 빈자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실제 집계된 관중 수도 3391명으로 1군 정규시즌 한 경기 평균 관중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물론 2군에 오래 머물러 있던 퓨처스 올스타 선수들은 “이렇게 많은 관중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며 감격스러워 했지만 흥행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퓨처스 선수들도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며 그라운드에서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은 관중들이 있었다.

특히 1루와 외야 사이에 위치한 관중석, 그리고 3루 쪽에 위치한 관중석에서 이러한 모습이 제대로 포착됐다. 바로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중학생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날 울산제일중, 경주중 선수단은 올스타전 프라이데이 홈런레이스 행사를 위해 KBO의 초청을 받았다. 출전 선수가 홈런을 쏘아 올리지 못할 경우 외야 담장 앞에서 공을 받아내 신속한 경기 진행을 돕는 일도 맡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퓨처스 올스타전도 중학교 선수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물론 야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 사직구장, 창원 마산구장 등 인근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제2의 홈인 울산 문수야구장에서는 경기가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야구 관람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유명한 선수는 아니더라도 평소 TV에서조차 자주 볼 수 없었던 유망한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중학교 야구 꿈나무들을 설레게 했다.

울산제일중 3학년이자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허지원 군도 이러한 꿈나무 중 하나였다.

본인의 포지션을 3루수라고 씩씩하게 소개한 허지원 군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실감하면서 경기를 보고 있다. 투수들의 구속 뿐 아니라 메커니즘 등 여러 부분에서 수준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허 군은 이어 응원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김민혁(상무)의 이름을 언급한 뒤 “김민혁 선수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본인의 스윙을 제대로 해내는 자신감이 돋보이는 것 같아서 나도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허지원 군은 “시간이 날 때마다 퓨처스 경기도 함께 챙겨보는 편이다. 1군 경기는 말할 것도 없다. 원래 고향이 마산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종종 마산구장도 찾고 있다”며 프로 선수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본인의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중장거리형 타자, 기회에 강한 타자가 되는 것이 허 군의 목표였다.

진중한 모습 이면에 중학생다운 풋풋한 모습도 있었다. 허지원 군은 “1군 선수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사실 박병호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운을 뗀 뒤 “오늘 홈런레이스에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보조 요원으로 그라운드에 나가게 됐는데 박병호 선수의 타구를 직접 받을 수 있다면 꿈을 꾸는 기분일 것 같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이날 선수들을 인솔한 울산제일중 정윤수 감독은 “KBO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경주중학교와 함께 보조 역할을 맡게 됐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에게는 영광스럽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감독은 이어 “롯데가 울산에서 1년에 8번 정도 경기를 소화하는데 사실 단체로 관람을 오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경우 자주 경기를 보러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큰 꿈을 키우고 야구를 보는 눈도 보다 넓어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 감독의 희망대로 이날 퓨처스 올스타전을 관전하고 홈런레이스에서 특급 스타들의 타구를 직접 받아본 야구 꿈나무들이 먼 훗날에는 올스타 무대에 직접 오르면서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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