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울산=박대웅 기자] “지금은 2군에 있지만 어린 친구들이 힘든 순간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3일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울산 문수야구장에 반가운 얼굴이 목격됐다. 이승엽(42) KBO 홍보대사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빛낼 젊은 피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한 것.

그라운드를 떠나서도 이승엽은 여전히 KBO리그 최고의 스타였다. 사진=박대웅 기자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었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변함없는 ‘국민 타자’로 남아 있었다. 경기장 입구 밖에서 수많은 야구 팬들의 사인 요청이 있었고, 이에 친절히 응하며 그동안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이날의 진짜 주인공 같아 보였다는 말에 이승엽은 “(인기가) 아직 괜찮네요”라는 농담을 던진 뒤 올스타전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시즌 이승엽은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특별한 마지막 올스타전을 보냈다. 아버지, 누나, 아내, 아들을 모두 초청했고, 특히 두 아들과는 시구, 시타, 시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김진성을 상대로 2루타를 터뜨리며 마지막까지 국민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이제는 유니폼을 입고 더 이상 별들의 축제에 나설 수 없게 된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결국 내가 잘 하는 것,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에 올스타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부러운 마음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이제 나는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나. 선수 생활을 할 때는 당연히 힘이 들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내가 선수였다면 당연히 이런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2017년 두 아들과 함께 야구 인생 마지막 올스타전을 누볐던 이승엽. 스포츠코리아 제공
특히 지난해 올스타전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마지막 출전이었기 때문에 3~4시간 정도 열렸던 축제가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기보다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연말 자선행사 등 이벤트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유니폼을 벗은 뒤로도 분주한 일정을 보내왔다. 최근 근황을 묻는 질문에 “엊그제는 모교를 방문해서 배트를 잡아봤다. 은퇴 후 방망이를 쥐어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공을 쳐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후배들의 훈련을 방해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즐겁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왔다. 23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부족했던 것들, 잘 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일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과정에서 반성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바쁜 일정을 보냈던 것 같다”고 선수가 아닌 다른 감투를 쓰고 보낸 전반기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야구인으로서의 이승엽을 반 년 만에 지워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승엽은 “한편으로는 프로야구가 좋은 모습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도 있었기 때문에 야구인으로서 책임감도 느꼈다”며 “선배로서 어린 선수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퓨처스 올스타전에 왔다. 야구 인생이 아닌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느꼈던 것,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라”며 활짝 웃었다.

이승엽은 통산 11번의 올스타 무대를 밟아봤지만 퓨처스 올스타전을 경험해본 적은 반대로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퓨처스 올스타전은 볼 기회는 없었는데 2군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게 훈련을 임해왔을까 생각해보게 됐다”며 “나 역시 일본에서 2군 통보를 받아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퓨처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이들 모두가 좋은 선수로 성공하기는 물론 어렵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성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과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애정이 묻어난 조언을 전했다.

이번 올스타전 장소인 울산 문수야구장의 정규시즌 역대 1호 홈런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승엽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편 이승엽은 올시즌 올스타전이 열리는 울산 문수야구장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홈런과 관련된 기억이 희미하게 있다. 정확한 것은 찾아봐야겠지만 아마 홈런을 딱 한 번 쳤을 것이다. 물론 그 홈런이 국제대회나 중요한 경기에서 때려냈던 홈런처럼 강한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주 경기를 치르지 않는 구장에서 때려낸 희귀한 홈런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고 문수야구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승엽의 기억은 제법 정확했다. 울산에서는 단 6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2014년 4월5일 롯데전에서 유먼을 상대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승엽도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했던 사실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날 그려낸 아치가 울산 문수야구장 개장 이후 정규시즌 최초의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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