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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대전=박대웅 기자] 최종 스코어 8-22. 한화에게는 치욕적인 하루였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경험한 완패와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넥센전에서 8-22로 무릎을 꿇었다. 같은날 SK가 LG에게 패하면서 전반기 2위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이같은 성과를 남기고도 결코 웃지 못했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믿었던 선발 샘슨이 3.1이닝 9실점(7자책점)으로 무너졌고, 뒤이어 등판한 장민재(1.2이닝 5실점), 김경태(2이닝 5실점) 역시 고개를 숙였다. 오직 박상원만 1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해냈고, 9회 등판한 서균 역시 3실점을 내줬다. 넥센의 22득점은 창단 이후 한 경기 팀 최다 득점이었다.

이미 4회초 0-13으로 격차가 벌어졌을 때 승부가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5월8일 SK가 두산에 1-11로 뒤져 있다가 13-12로 최종 승리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11점 차 역전 드라마는 KBO리그 정규시즌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1만7명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가득 채웠지만 경기 중후반부터 외야석 관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마지막 공격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경기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긴장감이 일찌감치 풀렸고, 역전이 어렵다는 것은 한화 선수들조차 잘 알고 있었지만 그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12일 전반기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패하더라도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지켜야 했다. 또한 다수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남아 ‘최강한화’를 외친 홈 팬들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프로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한화는 9회말 4점을 보탠 뒤 홈 팬들 앞에서 90도 인사를 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동안은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한화는 몇 년 전부터 ‘마리한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상대를 물고 늘어졌고, 많은 역전승을 따낸 팀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적으로 작은 희망이나마 존재했던 상황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초반부터 크게 무너진 경우에는 끝까지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다가 고개를 숙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응용 전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2014시즌에 참담한 패배가 유독 많았다. 그 해 5월28일 NC전 1-18 완패는 시작일 뿐이었다. 7월24일 한화는 또다시 NC를 상대로 안방에서 역대 최악으로 꼽힐 만한 경기를 했다.

당시 한화는 3회까지 7-6으로 앞서며 팽팽한 승부를 펼쳤지만 4회 재역전을 허용한 뒤 급격히 무너졌다. 이번 넥센전과 비슷하게 마운드가 붕괴됐고, 결국 23실점을 허용하는 수모를 겪었다.

초반 뜨거웠던 타선도 점차 식기 시작하더니 7회부터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실책 역시 무려 5개를 범하며 한화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9-23이라는 스코어는 전날 넥센전(8-22)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경기 중후반 모습은 사상 최악이라는 표현조차도 아까운 수준이었다.

  • 2014년 10월13일 삼성과의 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1-22라는 충격적 결과를 낸 한화. 스포츠코리아 제공
같은해 10월13일 삼성전도 마찬가지였다. 1-22라는 최종 스코어는 현재도 최다 득점 차 경기 역대 공동 3위에 올라있는 한화의 흑역사다. 삼성 타선에 무려 28안타를 얻어맞았고, 한화 선수들의 눈빛은 경기 내내 힘이 없었다.

0-18로 뒤진 6회 피에의 희생플라이로 김경언이 첫 득점을 올리는 순간 한화 팬들은 승리라도 한 듯 기뻐했지만 이같은 성원에 더 이상 부응하지 못했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상태에서 치른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음시즌 진짜 잘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 자격조차 없었던 최악의 패배였다.

20점 이상을 내준 것은 아니지만 올시즌에도 무기력한 완패가 몇 차례 있었다. 3월31일과 4월1일 SK에게 1-12, 1-13으로 내리 패하며 시즌 초반이지만 9위까지 추락했고, 4월22일에는 넥센을 상대로 1-10으로 패해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또한 6월15일 두산전에는 4-13, 6월26일 삼성전에는 2-13으로 각각 패했다. 모두 홈경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시즌 안방에서 27승17패로 많은 승리를 선물한 한화지만 승률(0.614)은 전체 4위에 머물렀다. 이미 언급했듯 조기에 수건을 던진 경기가 상당히 많았다. 물론 전력을 쥐어짜내면서까지 무리하기보다는 그 다음 경기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순 있지만 팀 운용과는 별개로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전날 넥센전 9회말 뽑아낸 4점이 경기 흐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는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인 기록은 잘 챙긴다’며 선수들을 비판할 수도 있다. 단 9회초 18점 차 열세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지킨 팬들, TV 채널을 돌리지 않은 팬들에게는 승리만큼 고마운 장면으로 기억될 점수였다.

팬들이 아닌 선수와 팀 스스로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로또를 구매하지 않고서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랄 수는 없는 법이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낮은 확률이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과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은 0과 1을 결정하는 차이다. 1은 100번 누적되면 100이 될 수 있지만 0은 아무리 누적된다 하더라도 결국 0이다.

경기가 크게 기운 상황이라도 전날과 같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한화 선수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반기 동안 수없이 보여준 것보다 훨씬 짜릿한 기적이 훨씬 중요한 순간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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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7/12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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