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 14일 울산광역시 문수야구장에서 개최되는 ‘2018 신한은행 MY CAR 올스타전’은 지역 특색을 전혀 살리지 못해 아쉬울 것 같다.

이번 올스타전은 ‘팬들에게 선사하는 한여름 밤의 추억’이라는 의미의 슬로건 ‘DEAR MY FAN’을 테마로, 올스타 선수들이 야구팬들을 위해 애장품을 준비하고, 팬 사인회를 통해 직접 만나며, 감사 메시지를 전하는 등 다양한 추억을 선사하게 된다.

팬 사인회, 올스타 선수들의 공으로 배트를 정확히 맞추는 이벤트, KBO리그 대표 거포들의 인터파크 홈런레이스, 힙합 뮤지션 공연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모두 늘 해오던 행사다.

사상 처음으로 울산에서 올스타전이 열리는 만큼, 지역과 관련된 특별행사를 선보이거나 관련된 인사들을 초청하면 더욱 빛이 날수 있다. 울산은 대한민국 공업화의 상징이고, 고래 축제가 해마다 열리는 곳이다.

지난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던 프로야구 올스타전 폐막식 불꽃놀이를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도 구태의연한 행사를 준비하게 되면 지역 팬들의 실망이 클 수도 있다. 지역 야구인 초청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울산공고 투수 단 1명이다(시구자는 당일 발표).

나이든 야구팬들은 ‘울산 프로야구 선수=윤학길’로 기억한다. 윤학길(57. 전 롯데 코치, 현 한화 육성팀 코치)은 고래고기로 유명한 장생포(현 울산시 남구 장생포동) 출생이어서 현역시절 인터뷰 기사 때마다 ‘장생포 출신’이 언급됐다.

윤학길은 울산 학성중 2년 때 야구부가 있는 부산 동성중으로 전학가, 부산상고-연세대를 졸업했으나 유일한 울산 출신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롯데 시절 세운 ‘100완투 경기’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대기록(2위는 故 최동원의 81경기, 현역 최다는 KIA 김진우 16경기)이어서 ‘레전드’로 꼽힌다.

그런데도 사상 처음 고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초대받지 않는다면 울산의 야구 마니어, 나아가 롯데 팬들은 기이하게 여기지 않을까(프로야구 초창기 기자인 필자도 중앙 언론인 출신으론 유일한 울산 출생).

그건 그렇다치고, 올해부터는 올스타전이 ‘소문난 잔치 먹을것 없다’ 혹은 ‘빛좋은 개살구’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각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처럼 승부의 부담을 덜고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잔을 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올스타전 본경기에서만큼은 불꽃튀는 승부를 펼쳤으면 한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이제까지 명승부로 기억되는 올스타전이 거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특히 어린이팬들은 스타 선수들의 불같은 강속구, 화끈한 장타, 눈부신 주루 플레이를 기대할텐데 부상을 염려해 혹은 컨디션 조절을 잘못해 올해도 ‘친선 경기급’으로 뛴다면 올스타전을 처음 접하는 울산 팬들의 실망은 클것이다. 더구나 울산은 아직 야구 열기가 뜨겁지 않은 지역이라 스타 플레이어들이 좀더 투지넘치게 플레이를 한다면 팬 확보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KBO에서는 천편일률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파격’을 선보였으면 한다. 필자는 1993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장을 간적이 있는데, 식전 행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외야쪽 문을 열고 검정색의 멋진 리무진이 내야로 들어오더니, 흑인 4인조 가수가 차량의 문 4개를 활짝 열며 마이크를 들고 내렸다. 그리고 멋진 화음이 이어졌다. 야구장으로 리무진이 들어온 자체가 파격이었고, 최고 인기 가수의 열창은 관중들의 혼을 빼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출장 귀국 후 여러해에 걸쳐 KBO 관계자들에게 ‘감동적인 행사 준비’를 설득했지만 아직까지 메아리가 없다.

올스타전은 1년에 한번 열리는 만큼 특별해야 한다. ‘레전드 윤학길’뿐 아니라 대중의 인기가 높은 울산 출신의 최백호(가수), 김태희(영화배우) 등을 초청해 관중석에서라도 인사를 한다면 더 멋진 축제가 되지 않을까. 야구 칼럼니스트/前 스포츠조선 야구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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