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이정용이 LG에 1차 지명된 뒤 대학 무대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2019시즌 소외된 대학야구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대학야구가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지난해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진출의 꿈을 이룬 대학 선수는 단 18명 뿐이다. 1차 지명에서 삼성에 호명된 최채흥과 이후 육성 선수로 합류한 선수를 포함하더라도 20명을 겨우 채운 수준. 2014년과 2015년까지 대졸 선수가 약 40명에 육박했음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로 비율이 뚝 떨어졌다.

프로에서 즉시 전력감보다 미래 잠재력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나타난 것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대학야구의 수준이 그만큼 많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주말리그가 도입된 이후 휴식권조차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선수 성장에도 여러모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5일 열린 2019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행사에서 대졸 선수는 LG에 지명된 동아대 이정용이 유일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 외에도 유일한 대졸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그에게 몰린 취재진의 관심은 제법 높은 편이었다.

이정용 역시 대학 선수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그는 LG의 호명을 받은 후 단상 위에 올라 “대졸 선수다운 성숙함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LG는 이정용이 대학 무대에서 선보인 최고의 기량을 통해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연합뉴스 제공
인상적인 언급이 하나 더 있었다. 이정용은 “아무래도 대학에서 꽃을 피워 주목을 늦게 받은 것 같다. 고교 시절에는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온 것 같다”고 본인이 걸어온 길에 대해 설명했다.

행사를 마친 뒤 이정용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정용은 “고교 시절에 부족했던 부분을 상당히 보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교 시절에는 신장이 170cm에도 못 미칠 만큼 몸집이 작았고 야구를 잘 하지도 못했다. 힘 역시 부족했다. 하지만 고교 3학년 때 신장이 180cm까지 자랐고, 대학에서도 4~5cm가 더 컸다. 체중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불렸다”며 신체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정용은 성남고 2학년까지 단 1경기 출전에 1.2이닝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체격 조건이 갖춰진 3학년 시절 4경기 16.1이닝 1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8실점(2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에 지명되기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이정용은 대학무대에서 겪은 4년의 경험이 야구 인생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언급했다. 어렵게 기회를 이어간 만큼 마음 역시 독하게 먹었다.

이정용은 “사실 고교 시절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해 진학 포기까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서 대학 진학을 택했고, 이후에는 포기를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며 “성남고 박성균 감독님께서는 야구의 끈을 끝까지 내려놓지 말라 하셨고, 동아대 이재헌 감독님께서는 어렵게 대학에 온 나를 성장시켜 주셨다”는 말로 두 지도자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동아대에서 이정용은 해마다 뚜렷한 성장세를 드러냈다. 올해는 팀이 위기에 놓인 상황마다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대학야구 U-리그 후반기 C조 우승의 주역이 됐다. 대학야구연맹 제공
이정용은 2018 KUSF 대학야구 U-리그 전후반기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5승3패 평균자책점 2.11의 성적을 남겼다. 47이닝 동안 21피안타 13볼넷 14실점(11자책점) 밖에 내주지 않았고 탈삼진은 무려 65개를 솎아냈다.

결국 이정용은 지난해 17경기 4승5패 평균자책점 4.11의 성적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동아대를 U-리그 후반기 C조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전반기를 포함해 팀의 14경기 가운데 13경기에 출전했고, 위기의 상황마다 마운드에 올라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낸 경우가 많았다.

이정용은 “팀 사정상 마무리 투수로 많이 등판했는데 그런 점이 위기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는 담력을 심어준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타자들과 정면으로 맞붙어보자는 생각을 가진 것이 도움이 됐다”고 대학 무대에서 얻은 또 하나의 무기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1차 지명된 최채흥과 관련해 “(최)채흥이 형과 대표팀에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데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재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함께 잘 하고 싶은 마음이다”며 선의의 경쟁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희망을 드러냈다.

이정용은 소외된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대학 동기들이 열심히 하고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서 “하지만 내가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야구 팬들이 대학야구에도 더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생각한다.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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