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소외받는 대학야구에 대한 울분이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2018 KUSF 대학야구 U-리그가 후반기 일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대회가 매주 열리는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언제나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대학야구 선수들이 뜨거운 승부를 펼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바로 관중석에서 학부모들이 저마다 피켓을 들고서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4월말 성균관대 학부모들이 침묵 피켓시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동국대, 동아대, 원광대를 비롯해 여러 대학 선수 학부모들이 약 두 달 간에 걸쳐 매주 릴레이로 뜻을 함께 했다.

이는 지난해 대학야구 주말리그가 처음 도입된 이후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제점을 개선해주기를 열망하는 움직임이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선수들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도록 하는 취지를 앞세워 C학점 이하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올해 대학야구에서는 총 22명의 선수들이 1학기 U-리그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C학점 이하 선수들의 대회 출전 금지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규정임을 강조해왔다. 학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야구 선수로의 발전이 최우선인 입장에서는 C제로룰 도입이 평일 훈련량을 크게 줄여버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실제 선수들은 주말리그를 앞두고 시합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밤늦게까지 대체 과제를 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학 선수들 중 상당수가 고교 시절 프로에 지명되지 못한 뒤 대학에서 꿈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때문에 더욱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지만 공부를 의무적으로 병행하게 되면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든 현실. 결국 운동 선수는 운동으로 밥벌이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심이 돼야 할 전문 분야는 공부가 아닌 야구라는 것이 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의 주장이다.

16일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 메인구장에서 원광대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펼쳤다. 이미 4월말부터 각 대학 학부모들에 의해 두 달 가까이 릴레이 시위가 계속됐다.
학점 문제는 결국 선수들의 휴식권 보장 문제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현행 체제에서는 주말에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평일에는 학업 및 연습, 주말에는 시합으로 선수들의 일주일이 가득 채워진다. 휴식은 좀처럼 꿈꾸기 힘든 구조다.

더 큰 문제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예산 지원 중단과 같은 방법을 통해 한국대학야구연맹을 압박하고 있어 연맹 입장에서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고교야구는 물론 사회인야구에까지 밀려 경기장 수급부터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장, 여수, 순천 등 힘겹게 경기장을 확보했지만 대부분 남부 지역에 밀집해 있어 선수들이 주말 1~2경기를 위해 왕복 800~900km의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수두룩하다. 피로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평일에 대회가 열릴 경우 부담이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고교야구가 학교장이 허가할 시 연간 수업일수의 3분의 1 범위에서 대회 및 훈련 참가가 가능한 것과 달리 대학야구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승인이 내려지지 않아 방학 기간을 제외하면 평일에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방학 기간 중 열리는 토너먼트 대회조차 연맹 자체 예산을 쏟아야 할 만큼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인지한 학부모들이 꾸준히 침묵 피켓 시위를 펼쳐왔지만 주말리그로 인한 문제점들은 두 달 동안 전혀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변화의 열망이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번졌다.

‘대학아구 선수들의 휴식권 보장 및 대학야구 시설 확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는 “초·중고 야구와 달리 대학교 야구는 상위 관련 단체(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평일 대회를 금지시키고 지난해부터 주말리그 대회를 치르게 했다.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 중에 기본권인 휴식권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청원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이어 “현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학부모들이 경기장에 피켓까지 들고 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관련 상위 단체에서는 아무런 답변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대학야구 선수들이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받고, 대학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이 프로야구 이면에 있는 많은 어려움들에 대해 살펴주기를 요청했다.

‘대학야구도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라는 이같은 호소에 21일 오전 1시 현재 358명이 청원에 동의하며 마음을 함께 했다. 학부모들의 침묵 시위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더 큰 물결을 이뤄 대학야구에 쌓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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