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전영민 기자] 두산이 추가 동력을 얻었다. 이미 리그 순위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유희관마저 부활을 알렸다.

유희관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팀은 9회말 양의지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로 승리를 챙겼다.

아쉽게도 유희관은 2-2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터라 승리를 챙기진 못했으나 김태형 감독에게 미소를 선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지난 3년 간 두산이 한국시리즈 2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차지할 당시 유희관은 두산 선발진의 핵심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그는 90경기에 출전해 564이닝을 소화하며 44승 17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그간의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올시즌 초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개막 이후 6차례 선발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는 단 1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달 4일 잠실 LG전에서는 1.2이닝 만에 8피안타 6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김태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2군행을 통보했다. 마운드 위에서 뿐만 아니라 덕아웃에서도 비타민 역할을 해낸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것은 김 감독으로서도 힘든 선택이었을 터. 하지만 당시 김 감독의 선택이 결국 유희관의 부활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15일부로 1군에 콜업된 유희관은 ‘유희관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4차례 선발 등판에서 3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시즌 초반 부진에 허덕이던 모습과는 달리 특유의 제구력을 선보이며 두산 선발진의 한 축으로서 제 모습을 찾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희관은 총 99구를 투구하는 동안 탈삼진을 2개 솎아내는 동안 볼넷을 3개나 허용했다. 탈삼진보다 볼넷을 더 허용한 것은 옥에 티지만 KT 타선을 맞아 투구 수를 경제적으로 활용해내며 짠물피칭을 선보였다.

실제로 유희관은 올 시즌 이닝 당 평균 투구 수 17.6구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날 KT와의 경기에서는 시즌 이닝 당 평균 투구 수보다 더 적은 1이닝 평균 14구 만을 투구하면서 빠른 템포의 승부를 이어갔다.

이날 유희관은 1회초 투구 수 단 13구, 2회에는 12구, 3회에는 11구 만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5회를 마쳤을 때 총 투구 수는 59구에 불과했다. 6회 강백호와 6구 승부, 로하스의 10구 승부를 펼친 끝에 연달아 볼넷을 내줘 투구 수가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앞선 이닝에서 투구 수를 벌어놓은 덕에 7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었다. 만약 6회 강백호와 로하스에게 투구 수를 아낄 수 있었다면 충분히 완투까지도 가능했을 투구 페이스였다.

특유의 제구력을 바탕으로 하는 정면 승부. 구속은 느릴지라도 ‘느림의 미학’으로 승부하는 유희관이 마침내 돌아왔다. 이미 압도적으로 리그 순위 단독 선두로 질주하고 있는 두산에게 유희관의 부활은 너무나도 반가운 귀환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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